정보통신·모바일 분야의 창업이 이어지고 있지만 바이오 창업 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바이오 벤처기업 창업자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은 투자금을 모집하는 것이다. 창업 초기 바이오 벤처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탓이다.
[씨 마르는 '바이오 교수 창업'] 초기 바이오 벤처기업 "투자 받을 곳 어디 없나요"
한국바이오협회와 한국경제신문이 예비 창업자 및 5년 미만 초기 바이오 벤처기업 대표 12명을 상대로 심층 조사한 결과, 절반 가까이 되는 5명이 “어디서 투자를 받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창업자 대부분이 지인으로부터 부족한 자금을 빌리거나 은행 대출을 받아 창업 자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제약 분야에 투자하는 펀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조성한 1500억원 규모 ‘글로벌 헬스케어 펀드’는 제약·의료기기 기업의 인수합병(M&A), 기술, 해외 설비, 판매망 확보 등을 지원한다. 한국정책금융공사의 ‘제약산업 프로젝트 펀드(규모 5000억원)’는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 및 제약 M&A를 목적으로 투자한다. 국민연금의 ‘코퍼레이트파트너십펀드(8000억원)’도 해외 M&A 투자 위주로 지원한다. 대부분의 펀드가 안정 단계에 접어든 바이오 기업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펀드는 투자금을 회수하기 쉬운 곳에 주로 투자한다”며 “창업 초기 기업은 규모가 작고 투자 회수도 쉽지 않아 투자를 꺼린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은 초기 바이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프로그램이 많다. 대표적인 게 ‘중소기업 혁신 연구(SBIR)’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바이오, 에너지, 국방 등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분야의 스타트업에 연간 약 21억달러(약 2조4000억원)를 지원한다.

고가의 바이오 장비를 갖춰야 한다는 점도 창업 때 어려움으로 꼽힌다. 최근 국내에도 창업보육센터(인큐베이터)가 많이 생겼지만 정보기술(IT)과 모바일 업종 위주다. 국내 바이오 분야 인큐베이터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중소기업센터 단 한 곳뿐이다.

미국은 정부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바이오 인큐베이터를 설립해 초기 바이오 벤처기업을 지원한다. 글로벌 제약·의료기기 기업인 존슨앤드존슨은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등에 ‘제이랩스(JLABS)’를 운영하고 있다. 입주 바이오 벤처기업은 소액의 사용료를 내고 고가의 장비를 활용할 수 있다.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장은 “국내 바이오산업은 업력이 짧고 성공 사례도 많지 않아 IT 분야와 달리 엔젤 투자자가 거의 없다”며 “정부 주도로 초기 바이오 벤처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