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마르는 '바이오 교수 창업'] 초기 바이오 벤처기업 "투자 받을 곳 어디 없나요"
바이오 인큐베이터도 부족
바이오·제약 분야에 투자하는 펀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조성한 1500억원 규모 ‘글로벌 헬스케어 펀드’는 제약·의료기기 기업의 인수합병(M&A), 기술, 해외 설비, 판매망 확보 등을 지원한다. 한국정책금융공사의 ‘제약산업 프로젝트 펀드(규모 5000억원)’는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 및 제약 M&A를 목적으로 투자한다. 국민연금의 ‘코퍼레이트파트너십펀드(8000억원)’도 해외 M&A 투자 위주로 지원한다. 대부분의 펀드가 안정 단계에 접어든 바이오 기업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펀드는 투자금을 회수하기 쉬운 곳에 주로 투자한다”며 “창업 초기 기업은 규모가 작고 투자 회수도 쉽지 않아 투자를 꺼린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은 초기 바이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프로그램이 많다. 대표적인 게 ‘중소기업 혁신 연구(SBIR)’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바이오, 에너지, 국방 등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분야의 스타트업에 연간 약 21억달러(약 2조4000억원)를 지원한다.
고가의 바이오 장비를 갖춰야 한다는 점도 창업 때 어려움으로 꼽힌다. 최근 국내에도 창업보육센터(인큐베이터)가 많이 생겼지만 정보기술(IT)과 모바일 업종 위주다. 국내 바이오 분야 인큐베이터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중소기업센터 단 한 곳뿐이다.
미국은 정부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바이오 인큐베이터를 설립해 초기 바이오 벤처기업을 지원한다. 글로벌 제약·의료기기 기업인 존슨앤드존슨은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등에 ‘제이랩스(JLABS)’를 운영하고 있다. 입주 바이오 벤처기업은 소액의 사용료를 내고 고가의 장비를 활용할 수 있다.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장은 “국내 바이오산업은 업력이 짧고 성공 사례도 많지 않아 IT 분야와 달리 엔젤 투자자가 거의 없다”며 “정부 주도로 초기 바이오 벤처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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