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대한 냉소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정치 환멸을 조장한다고 해야 할 정도다. 근래 정치권에서 빚어지는 이합집산과 소위 ‘신인 영입전’이 그렇다. 정치권 스스로가 그렇게 만들고 있다. 바로 머리 위에서 북한이 수폭실험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 협박을 해도, 글로벌 경제위기가 고조되는 와중에 수출전선이 무너지고 청년 백수는 100만명을 넘어서도 배신의 정치는 더욱 증오에 골몰하고 있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응천 씨가 더불어민주당에 들어갔다. 장황한 회견을 본 유권자들은 심란하다. 소위 ‘청와대 문건 유출사건’으로 물러난 조씨를 ‘영입’한 것은 다름 아닌 문재인 전 대표라고 한다. 제1야당 대표가 이 일로 여러차례 직접 찾아가 공을 들였다는 게 놀랍다. 조씨가 직무상 지녔을 만한 ‘민정수석실 파일’에 큰 기대라도 건 것인가. 대표가 이러고 다니는 판에 어느 소속 의원이 국정현안을 파고들 것인가. 음모가 판을 치고 삼국지류의 저질 기획이 횡행한다. 소위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의원뱃지를 단 권은희 씨의 경우를 새삼 떠올리게 한다.

더민주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부터가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 곁에서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던 인사다. 물론 정치적 진로를 바꾸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다. 선거철이면 뜨고 지는 ‘정치철새’들 또한 너무도 익숙한 한국적 풍경이다. 하지만 지금은 최소한의 명분조차 사라진 배신 그 자체다. ‘안철수 신당’도 오십보백보다. 새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책사들과 폴리페서들이 박쥐 떼를 이루며 정치는 더 없는 궁중비사로 추락하고 있다. 내전 상태인 새누리도 다를 것이 없다.

‘정치란 올바름(政者,正也)’이란 논어 구절은 끌어대기조차 민망하다. 아니,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정치란 본래 철학과 노선을 파는 이념의 판매상 아니던가. 하지만 지금의 정치는 배신자들의 앙갚음과 복수가 넘쳐나는 상멸(相滅)의 과정일 뿐이다. 정치 환멸이 정치적 무관심을 가중시키면 그 폐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무원칙·무한대립의 정치가 배신의 정치, 증오의 정치로 더 추락한 결과가 무서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