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성장동력으로 전기차 사업을 육성 중인 국내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중국이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2021년 이후 완전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전기차 부품 및 배터리 사업을 육성 중인 LG화학 삼성SDI LG전자 등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보조금 단계별 폐지"…LG화학·삼성SDI, 배터리사업 '비상'
◆전기차 보조금 없애는 중국

26일 외신에 따르면 러우지웨이 중국 재정부 장관은 최근 “2017~2018년 2년 동안 전기차에 제공하는 보조금을 기존보다 20% 축소하고, 2019~2020년까지 40% 낮추겠다”고 밝혔다. 그는 “2021년 이후 보조금 제도를 전면 폐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를 구매하면 대당 5만4000위안(약 99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적극적인 전기차 육성정책을 펼치고 있다. 순수 전기차는 아니지만 배터리가 장착되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PHEV)에도 보조금을 3만2000위안(약 544만원) 지급하고 있다. 갈수록 심해지는 대기오염을 완화하고, 석유연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선 전기차 보급이 필수적이란 게 중국 정부의 판단이었다.

이 같은 정책에 힘입어 중국 전기차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IHS 등에 따르면 2013년 1만9000대 수준이었던 중국 전기차 시장 규모는 작년에 12만6000대로 늘어났다. 시장조사기관들은 2020년 중국 전기차 시장이 지난해보다 5배 커진 69만7000대 규모로 성장, 세계 최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저유가가 길어지고 전기차 보조금이 줄줄 샌다는 지적에 따라 중국 정부가 전기차 관련 정책을 180도 바꿨다.

◆비상 걸린 국내 전기차업계

국내 전기차 관련 기업들은 중국 내 투자를 대폭 늘리며 시장 공략에 공을 들여왔다. 삼성SDI는 중국 시안에 작년 9월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준공했다. 이 공장에서는 연간 전기차 4만대에 탑재할 수 있는 배터리를 생산한다.

LG화학도 작년 10월 연간 5만대 이상의 고성능 순수 전기차(시속 320㎞ 이상으로 달릴 수 있는 전기차)에 탑재할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을 중국 난징에 준공했다. LG전자는 최근 중국 디이치처(第一汽車)그룹에 배터리팩, 인버터, 드라이버유닛 등을 공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제시한 일정에 따라 보조금 규모가 단계적으로 축소되면 국내 관련 기업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보조금 축소로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시장 성장속도가 둔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보조금 축소 우려로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선 삼성SDI와 LG화학, LG전자가 각각 14.73%, 7.78%, 3.52% 하락했다.

이에 대해 해당 업체 관계들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 축소는 이미 예상했다”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견해를 나타냈다. 박진 삼성SDI 중대형전지 자동차부문 상무는 “보조금이 줄어들겠지만 전반적인 전기차 인프라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어 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