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궈타이밍 '끈끈한 인연'…통신·헬스케어 등 중국 사업 탄력
SK와 훙하이 두 그룹 간 협력이 급물살을 타는 데에는 최태원 SK 회장(사진)과 궈타이밍 훙하이정밀공업 회장 간 끈끈한 인맥이 큰 영향을 미쳤다.

스위스에서 매년 열리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2014년 사업 분야에서 직접 손을 잡았다. 그해 6월 한국을 찾은 궈 회장이 당시 의정부 교도소까지 찾아가 수감 중인 최 회장을 만났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SK C&C 지분 일부(4.9%)를 훙하이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8월 특별사면으로 경영에 복귀한 최 회장은 9월 바로 훙하이그룹 본사가 있는 대만으로 날아가 궈 회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자리에서 중국, 인도 등지의 사업에서 협력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궈 회장은 경영 방식이 공격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1974년 24세에 직원 10명으로 ‘훙하이 플라스틱’을 창업한 그는 세계 90여곳에 거점을 둔 거대 그룹을 일궈냈다. 전 세계 종업원만 120만명을 웃돈다. 최근에는 대만에서 이동통신사업을 시작했고 중국에는 데이터 센터를 설립하며 클라우드(온라인 저장)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인도의 전자상거래 기업에도 투자했다.

SK그룹에 중국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2000년대 통신·에너지 분야에 직접 투자했지만 상당수 사업이 현지화에 실패했다. SK는 중국에서 안정적 거점을 보유한 훙하이와 협력하면 중국 사업에 따르는 위험 요인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 최 회장의 중국 사업에 대한 의지와 궈 회장의 공격적 성향이 맞물려 두 그룹 간 협력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게 그룹 안팎의 분석이다.

스마트팩토리 사업에 이어 통신, 헬스케어, 스마트 물류 등이 앞으로 두 그룹 간 협력이 기대되는 분야다. 대만 이동통신시장에 진출한 훙하이는 SK텔레콤, SK주식회사 C&C의 오랜 정보통신기술(ICT) 경험을 접목하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

SK 관계자는 “훙하이는 세계 최대 생산 거점을 보유한 기업으로 양사가 협력할 분야가 많다”며 “훙하이의 글로벌 생산기지에서 부품을 조달하고 완성품을 세계 곳곳으로 보내는 스마트 물류를 비롯해 거대 중국 시장을 겨냥한 헬스케어사업 등이 두 그룹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충칭=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