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훈 기자 ] 쌍용자동차가 대형 세단 체어맨의 서브 이름으로 '카이저'를 도입한다. 소비자에게 익숙한 체어맨은 유지하되 차명에 변화를 줘 판매 돌파구 찾기에 나설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지난해 9월 카이저 상표권 등록을 마치고 체어맨의 상품변경 모델인 '체어맨 카이저'(가칭)를 올 상반기 출시할 계획이다.

쌍용차, 체어맨 새이름 '카이저' 도입하는 이유
쌍용차의 올해 신차 라인업을 보면 1분기 티볼리 롱바디(7인승)를 비롯해 전 차종의 상품변경 차량 출시가 예정돼 있다. 체어맨 카이저는 신형 모델이 아닌 체어맨W의 고급형에 속하는 상품성 개선 모델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체어맨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마케팅 차원에서 변화를 주려는 시도"라며 "체어맨의 스페셜 트림에 새 이름을 넣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쌍용차가 독일어로 '황제'라는 뜻의 새 이름을 내세우려는 배경은 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 EQ900를 선보이며 국산 초대형 승용차 수요를 장악할 조짐을 보인 데 따른 조처로 풀이된다.

제네시스 EQ900는 평균 1억원에 달하는 가격에도 1만6000대 주문을 받는 등 초반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현대차 노사는 주문이 늘자 북미 수출 물량 등을 감안해 연간 생산능력을 기존 1만6000대에서 3만2000대로 2배 늘리기로 했다.

쌍용차는 체어맨의 모델 노후화 시점에서 지속적인 판매 활동을 위한 생명선 연장카드로 이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체어맨의 판매 부진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보인다"며 "체어맨 부활을 위해선 상품 자체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997년 등장한 이후 에쿠스와 쌍벽을 이루던 체어맨은 2000년대 들어서도 국내 고급세단의 대명사로 군림했다. 독일 벤츠의 기술을 도입해 기업 CEO(최고경영자)들에게 '반값 벤츠'로 각광받던 체어맨은 모델 노후화와 디자인 변화에 실패한 탓에 지난 몇 년간은 고급 외제차에 밀려났다.

지난해는 체어맨W는 1290대 팔리는데 그쳤다. 벤츠 S클래스가 1만대 이상 팔린 것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많이 떨어졌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