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세계 경제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중국 브라질 등 신흥국들은 물론 상대적으로 잘나가던 미국마저 이상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런 징후는 당장 주가 폭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우지수는 올 들어 13일까지 7.3%, 나스닥은 9.6% 급락했다. 덩달아 일본 닛케이지수도 9.1%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증시(-15.1%)보다는 덜해도 미국 일본 신흥국을 가리지 않고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것이다. 신흥국 경제에 대한 의구심의 파도가 미국 경제까지 덮치는 모습이다. 연초 북핵과 중동 불안 등 지정학적 변수가 터지고 있지만 진짜 문제는 오히려 경제 불안임을 새삼 확인케 한다. 연초에 3.1% 하락한 코스피지수가 오히려 선방한 편이다.

미국 경제 상황은 미 중앙은행(Fed)의 달라진 상황 인식에서도 드러난다. Fed는 올해 2.4% 성장하고 실업률은 4.7%로 완전고용에 가까울 것으로 전망해왔다. 작년 12월 금리인상도 그런 배경에서였다. 그러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2월 회의록을 보면 영 딴판이다. 제조업 경기가 지난해 11,12월 연속 둔화하는 등 실물 부진의 우려가 컸다. 임금이 제자리걸음이고, 물가는 목표치(2%)에 한참 미달한 점도 Fed를 당혹하게 했다. 이어 13일 내놓은 Fed 베이지북도 강(强)달러와 저(低)유가로 인한 제조업과 에너지부문의 둔화를 우려했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은 금리인상을 “자신감의 신호”라고 강조했지만, 오히려 ‘양치기 소년’이란 비판에 떠밀리듯 올렸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물론 미국 경기회복이 지연되면 금리인상도 늦춰질 공산이 크다. 신흥국으로서는 금융에서만큼은 한숨 돌릴 시간을 벌 수도 있다. 하지만 ‘세계의 시장’인 미국의 감속은 결코 반길 일이 아니다. 미국마저 더블딥에 빠지면 세계 경제의 동력이 사라지는 꼴이다. 동력이 꺼지는 이런 상황은 전형적인 악순환을 낳게 된다. 미국·중국발(發) 한파가 세계 경제를 짓누르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돌파구를 찾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고통스럽더라도 조속한 구조개혁과 규제개혁 외에는 해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