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판 EU' 꿈꾸는 AEC 31일 출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이 31일 아세안경제공동체(AEC)를 출범하고 6억명 이상의 인구를 거느린 거대 단일시장으로 첫걸음을 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동남아판(版) 유럽연합(EU)을 꿈꾸는 아세안이 경제공동체로 변신하는 대담한 실험을 시작했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EC 출범으로 아세안 10개 회원국은 일부 민감 품목을 제외한 역내 관세를 폐지하고, 노동력과 자본 등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받게 됐다. 관세는 이미 95% 이상 폐지됐지만 노동력과 자본의 이동은 회원국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단계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아세안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싱가포르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브루나이로 구성돼 있으며 역내 인구는 6억2200만명으로 세계 3위다. 지난해 교역액은 6080억달러(약 713조원)로 아세안은 AEC를 통해 2030년까지 교역액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레르엉 아세안 사무총장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50여년 전만 하더라도 전쟁을 했던 나라들이 같은 경제권에서 힘을 합치는 기념비적 일을 해냈다”며 “앞으로 많은 발전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1967년 역내 협력기구로 창설된 아세안은 AEC를 계기로 경제는 물론 정치 안보와 사회 문화를 아우르는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아세안 정상들은 최근 경제 협력을 구체화하기 위해 ‘아세안 공동체 비전 2025’를 채택했다.

AEC가 본격 출범하면서 아세안 시장을 노리는 각국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AEC 체제가 완성되면 외국 기업들은 단일 시장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 회원국 한 곳에서 사업권을 얻으면 역내 어디서든지 영업이 가능하다.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700억달러의 공적개발원조(ODA)를 동남아에 제공해온 일본은 아세안에 대규모 추가 지원을 약속했다. 중국도 대규모 해외 무역로 개발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연계해 아세안과 손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은 내년 초 아세안 정상을 모두 초청해 회의를 열기로 했다. 미국은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아세안을 중시하고 있다. 러시아도 아세안 정상들과 내년 5월 소치에서 회담을 연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