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초심이다. 11로 시작한 핸디캡이 ‘맞짱골프’ 6개월 만에 15까지 곤두박질친 ‘거꾸로 골프’에 대한 반성의 출발이다. 고수들의 비기(秘技)가 쏟아졌으나 ‘준비되지 않은 몸’에는 약이 되지 않았다. 성실히 체화하지 않은 비법들은 몸 안에서 서로 충돌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출신 최송이 프로에게 ‘SOS’를 쳤다. 위기에서 구원해줄 10주간의 갱생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주말골퍼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문제가 힘쓴 만큼 거리가 나지 않는 ‘비효율 스윙’이다. 공이 날아가는 속도를 클럽헤드의 스윙 속도로 나눈 ‘스매시 팩터’값이 1.5는 돼야 정상. 기자는 1.3에 그쳤다. 헛심을 쓴다는 얘기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주말골퍼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문제가 힘쓴 만큼 거리가 나지 않는 ‘비효율 스윙’이다. 공이 날아가는 속도를 클럽헤드의 스윙 속도로 나눈 ‘스매시 팩터’값이 1.5는 돼야 정상. 기자는 1.3에 그쳤다. 헛심을 쓴다는 얘기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어떻게 이렇게 골프를 치셨어요?”

이럴 줄 알았다. 어딘가 단단히 고장났을 거라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 게 한참 전이다. ‘한때 싱글을 쳤다’는 말에 최송이 프로(30)는 ‘이상한 무용담’이라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팔로만 쳐도 스코어를 줄일 수는 있어요. 오래가지 않는 게 문제죠. 스윙 원리를 몸에 익히지 못하면 예전의 병이 언제든 다시 도질 수 있거든요.”

원리가 빠진 기술은 사상누각이라는 얘기다. 사실 그랬다. 한동안 잠잠했던 훅 병이 도지더니 잊었던 ‘생크’(공이 클럽 힐에 맞아 오른쪽으로 심하게 휘는 샷)까지 ‘좀비’처럼 되살아났다. 급한 마음에 샤프트를 교체한 뒤부터는 못 보던 슬라이스까지 났다. 종합병동이 따로 없었다. 70타대를 곧잘 찍던 스코어는 100타 근처까지 수직상승했다.
[아사가오골프 레슨-1] 최송이 프로 "하체→상체→클럽…다운스윙 순서 지켜야"
스윙이 무너진 이유가 뭘까. 스포츠의학을 바탕으로 맞춤형 골프 트레이닝을 해주는 연세 골프&사이언스의 도움을 받아 원인 찾기에 나섰다. 스윙 동작을 3차원(3D) 영상으로 보여주는 특수조끼(V-베스트)와 구질을 분석해주는 트랙맨이 동원됐다. 문제점이 ‘범죄 현장’처럼 생생하게 드러났다. 스윙 순서부터 문제였다. 하체-상체-클럽 순으로 움직여야 할 스윙이 클럽-하체-상체 순으로 뒤바뀌어 있었다.

“공을 정확하게 맞히지 못할까봐 팔로만 다운스윙하는 주말골퍼의 전형적인 문제예요. 더 큰 문제는 그 순서가 맞았다 안 맞았다 오락가락한다는 점이죠.”

일관성 상실은 연습 부족뿐만 아니라 체세포 노화로 인한 체력 감소와 밸런스 붕괴에서도 연유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바꾸려면 기초체력을 다져야 하지만 몸의 변화부터 인정해야 한다.

“타이거 우즈(미국)가 잦은 부상에 시달리다 은퇴 고민에 빠진 건 정신과 육체의 불일치 때문입니다. 나이듦을 인정하지 못하고 20~30대 때의 스윙을 재현하려다 빚은 비극이죠.”

두 번째가 스윙 궤도다. 백스윙은 지나치게 바깥(아웃)으로 올라가고, 다운스윙은 오른쪽 몸통 뒤로 심하게 처진 상태(인)로 내려온다는 것. 클럽 패스 앵글(헤드가 공에 접근하는 각도)이 7.3도(정상 1~4)에 달하고, 페이스 앵글이 3.7(정상은 0)이나 된다는 게 그 증거다. 그는 “페이스가 닫혀 ‘인 앤 아웃’으로 감아 돌린다는 뜻”이라며 “훅이나 푸시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아사가오골프 레슨-1] 최송이 프로 "하체→상체→클럽…다운스윙 순서 지켜야"
발가락 끝에 몸무게가 80% 이상 쏠릴 정도로 심하게 앞으로 구부린 어드레스도 스윙 궤도를 뒤트는 원인 중 하나다. 생크를 피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익힌 응급처방이 스윙 궤도 왜곡이라는 더 큰 화를 불러왔다. 최 프로는 “공포감이 근육을 자신도 모르게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무게중심부터 발등 밑으로 옮기고 생크의 공포를 지우는 이미지 훈련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 번째가 축의 붕괴. 왼쪽 어깨가 열리며 타깃을 바라보는 순간 그립을 잡은 두 손이 왼쪽 허벅지 봉제선까지 와 있는 게 정상적인 임팩트다. 이때 왼다리와 왼어깨, 왼쪽 옆구리가 하나의 축이 돼 강하게 버텨줘야 하는데 아예 몸 전체가 왼쪽으로 주르륵 밀려 나간다는 지적이다. 임팩트 순간에 클럽 페이스 속도가 줄어드는 게 이 때문이다. 135m를 거뜬히 날리던 8번 아이언 비거리가 115m 안팎으로 급격히 줄어든 원인을 이제야 찾은 것이다.

한 번 근육에 심어진 기억은 통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바꿀 수 있을까.

“바꿀 수 있어요. 그립과 어드레스부터 다시 정리해야 하지만요.”

원인을 알았으니 남은 건 시간 문제라는 얘기다. 안갯속 같았던 가슴이 조금은 시원해지는 느낌. 반쯤 쪼그라든 허벅지 근육량을 늘리는 게 급선무란다. 스쿼트(앉았다 일어서기)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하루 목표 500개. 미국프로골프(PGA) 최다승(82승)을 기록한 ‘골프의 전설’ 샘 스니드의 말이 생각났다. ‘연습은 근육에 두뇌를 달아준다’. 믿기로 했다.

제공="장인의 혼" 아사가오 골프
[아사가오골프 레슨-1] 최송이 프로 "하체→상체→클럽…다운스윙 순서 지켜야"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