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파생상품 양도세 부과…미니선물·옵션은 빠지나
기획재정부와 한국거래소가 내년 1월부터 시행할 파생상품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을 놓고 혼선을 빚고 있다. 지난달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가 파생상품 양도세율을 당초 안보다 5%포인트 낮은 5%부터 탄력적으로 적용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미니상품’에 대한 과세 여부를 놓고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미니선물과 미니옵션 등 미니상품은 기존 코스피200선물·옵션과 기초자산은 같지만 계약당 거래금액이 5분의 1로 축소된 상품이다. 국내 파생상품시장이 규제 탓에 침체되자 금융위원회가 지난 7월 거래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했다.

7일 국회와 기재부, 거래소 등에 따르면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라 내년부터 △코스피200선물 △코스피200옵션 △해외파생상품에 대한 양도차익이 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하지만 미니상품에 대해서는 과세 여부가 불투명하다.

거래소 관계자는 “열거주의 원칙에 따르면 미니선물과 미니옵션은 양도세 부과 대상에서 배제된다”며 “기재부와 관련 내용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소득세법 개정안 시행령(159조2 1항3호)에 따라 코스피200선물·옵션과 ‘비슷한 상품’도 과세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조만희 기재부 금융세제팀장은 “코스피200선물·옵션과 비슷한 파생상품은 모두 과세 대상에 포함시킬 계획”이라며 “미니상품 등 신상품에 대한 과세 여부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당장 내년 1월1일부터 개인투자자의 파생상품 양도차익에 과세가 이뤄지는데 구체적인 과세 대상 결정이 늦어져 시장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국회 조세소위 관계자는 “이미 시장은 미니상품을 제외한 코스피200선물과 옵션, 해외파생상품만 과세 대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시행령은 기재부 소관이기 때문에 미니상품의 과세 적용 여부를 국회에서 결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미니상품이 양도세 부과 대상에서 빠지면 파생상품 거래의 주도권은 코스피200선물·옵션에서 미니시장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주식선물·옵션의 거래대금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 늘었지만 3년 평균치와 비교하면 22.1% 낮은 수준이다. 하반기 들어 증시가 조정을 겪으면서 파생상품시장의 변동성이 줄어든 데다 미니상품 신규 도입에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에 대한 진입 규제 탓에 거래가 크게 증가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니상품이 양도세 부과 대상에서 배제되면 미니선물 거래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