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더 강해진' 에쿠스 연말 출격…오너 드라이버 본격 공략
현대자동차가 연말 에쿠스 후속 모델 출시를 계기로 최고급 세단 전략을 전면 개편한다. 주행 성능을 대폭 끌어올린 3.3L 터보 엔진을 추가하고 고속도로 부분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하는 등 오너 드라이버를 적극 공략한다. 국내외 마케팅 강화를 위해 별도의 고급 브랜드를 내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등 수입차에 빼앗긴 최고급 세단 시장을 되찾는다는 계획이다.

“고급차 시장 되찾아라”

1999년 1세대, 2009년 2세대까지 나온 에쿠스는 현대차의 상징과도 같은 모델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그동안 에쿠스 출시 행사에만은 직접 참석해 차량을 소개할 정도로 애착을 보여왔다.

2009년 출시된 2세대 에쿠스는 차량 디자인과 엔진·변속기 등 전 영역에서 독자 기술로 탄생한 모델이다. 엔진은 독자 개발 3L급 람다엔진과 5L급 타우엔진을 사용했고 이전까지 독일 ZF와 일본 아이신 제품을 쓰던 변속기도 현대파워텍의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출시 이후 국내에서 연간 1만대 이상을 유지하던 판매량이 지난해부터 모델 노후화와 수입차 판매 증가 등에 따라 감소하는 추세다. 2013년 1만2725대에서 지난해 8487대로 줄었다. 올해 9월까지는 4077대로 작년 같은 기간 7012대보다 41.9% 감소했다. 반면 벤츠 S클래스는 같은 기간 162.5% 급증한 8352대가 팔렸다.

대형차 최초 ‘터보차저’ 장착

현대차는 자존심 회복을 위해 우선 에쿠스 후속 모델의 상품성 개선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기존 3.8L와 5.0L 모델 가운데 3.8L 모델의 엔진을 3.3L 터보로 교체하는 것이다. 현대차가 최근 개발을 마치고 공개한 ‘람다Ⅱ개선 3.3L 터보 GDI 엔진’은 그동안 중형 이하급에서만 터보차저를 장착하던 현대차가 처음으로 제작한 3L급 이상 대형 터보 직분사(GDI) 엔진이다.

터보 GDI는 엔진 실린더에 압축공기를 불어넣고 연료를 고압 펌프로 분사해 일반 자연흡기 엔진보다 출력과 연비를 향상시키는 기술이다. 출력은 30% 이상, 연비는 15%가량 좋아진다.

에쿠스 후속 모델에 장착되는 3.3L 터보 GDI 엔진의 최고 출력은 370마력으로, 기존 3.8L 엔진의 334마력보다 10.7% 높다. 벤치마크 대상인 BMW의 3.0L 터보 엔진(320마력)보다도 힘이 좋다. 현대차 관계자는 “출력은 올라가고 연비는 좋아지기 때문에 직접 운전하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는 또 에쿠스 후속 모델에 고속도로에서 부분적으로 자율 주행이 가능한 ‘고속도로 주행 지원 시스템(HDA)’을 국산차 최초로 적용한다. HDA 모드를 켜면 운전대와 가속·감속페달을 쓰지 않아도 차량이 자동으로 앞 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달린다.

“차명 변경·조기 출시도 검토”

현대차는 마케팅 강화를 위해 새로운 차명을 채택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일각에선 해외에서 호평받고 있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활용해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렉서스나 닛산자동차의 인피니티처럼 고급차 브랜드를 별도로 내세울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에쿠스와 같은 고급차의 새 모델을 내놓을 때마다 브랜드에 대해 고민한다”며 “별도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차명 변경 후보로는 현대차가 현재 특허청에 등록해 놓은 에스티지(ESTAGE), 익스패니언(EXPANION) 등이 거론된다. 수출용 에쿠스 일부에 붙이는 센테니얼도 후보로 꼽힌다.

현대차는 또 연말까지 지속되는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와 기업 중역 인사 시즌을 활용하기 위해 연말 또는 내년 초로 예정하고 있는 에쿠스 출시일을 오는 11월로 앞당기는 것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