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단체장-진보교육감도 '무상급식 충돌'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내년도 예산안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무상급식 예산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예산 분담을 놓고 지자체와 시·도 교육청 간 갈등이 커지고 있어서다. 무상급식 도입에 앞장섰던 야당 단체장과 진보 교육감이 갈등의 중심에 있다.

충청북도는 이달 초 무상급식 분담률을 올려 달라는 도교육청의 최종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도 고위 관계자는 “무상급식 분담률의 순차적 인상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며, 김병우 충북교육감은 진보 성향이다. 두 사람 모두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전면 무상급식 추진을 약속했다.

충청북도와 도교육청은 2011년부터 전국 최초로 초·중학교 무상급식을 시행하고 있다. 도입 당시 충청북도와 도교육청이 각각 50 대 50 수준으로 예산을 분담하기로 합의했지만 매년 협의 과정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충청북도는 내년도 무상급식 예산 914억원 중 인건비(329억원)와 운영비(71억원)를 제외한 식품비(514억원)의 70%인 359억원만 지원할 수 있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반면 도교육청은 도가 식품비의 최소 90%를 지원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양측의 갈등이 커지면서 충청북도에서는 “도는 교육청 고유 업무인 무상급식을 대신 처리해 주는 곳이 아니다”는 격한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2일 열린 충청북도 국정감사에선 무상급식 갈등을 놓고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이 이 지사를 지지하고, 야당인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이 지사를 비판하는 뒤바뀐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충청북도와 함께 매년 분담률을 놓고 갈등을 빚어온 대전시와 시교육청은 지난 7일 가까스로 분담률 조정에 합의했다. 올해까지 무상급식비는 대전시가 60%, 시교육청과 5개 자치구가 20%씩 부담했다. 내년부터 시의 분담률은 50%로 10%포인트 낮아지고, 교육청의 분담률은 10%포인트 늘어난 30%로 결정됐다. 그러나 시는 교육청의 무상급식 비율을 50%까지 올려야 한다며 압박하고 있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새정치연합 소속이며, 설동호 대전교육감은 중도 성향이다.

무상급식 갈등이 해소되는 듯했던 경상남도는 박종훈 경남교육감이 도의 무상급식 예산 감사를 지난 5일 거부하면서 원점으로 돌아갔다. 당초 박 교육감은 지난 8일 교육청에 대한 도의 무상급식 예산 감사를 조건 없이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한 달 만에 입장을 번복했다. 부산교육청은 내년부터 중학교 무상급식을 추진하기 위해 부산시에 예산을 늘려달라고 요청했지만, 부산시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무상급식을 놓고 지자체와 교육청 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전국 17개 광역 시·도 중 경남, 제주, 충북, 충남, 경기, 인천, 강원, 서울 등 8곳의 지자체에서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학교 비율이 지난해보다 줄었다. 광역 시·도 중 무상급식 실시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전남(86.1%)이었다. 반면 경남은 14.8%로 무상급식 실시율이 가장 낮았다. 이어 울산 37.9%, 대구 46.1%, 대전 54.2%, 경북 54.3% 등의 순이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