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지한파' 독일 로펌 "한국 벤처기업, 당장 유럽 진출해도 문제없다"
“직접 와서 보니 한국 벤처기업들의 기술력이 매우 뛰어나 놀랐습니다. 유럽에 진출해도 성공할 수 있을 만한 업체가 많아요. 하지만 적지 않은 곳이 해외에 나가는 게 두려워 주저합니다. 자신의 실력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더 적극적으로 도전하길 권합니다.”

독일 로펌 FPS의 크리스토프 홀츠바흐 대표변호사(왼쪽)는 한국에 와 벤처기업을 둘러본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FPS는 유럽의 경제 중심지인 독일에서 한국 기업 자문을 가장 많이 하는 로펌이다. 제일기획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 고정자문을 하는 한국 기업만 약 10곳이고 일회성 프로젝트 자문하는 곳까지 합치면 수십개다. 홀츠바흐 대표는 한국 대기업이 아닌 벤처기업을 대상으로도 자문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 19~25일 한국을 방문했다. 외국 로펌이 대기업이 아닌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건 이례적이다.

홀츠바흐 대표는 같은 로펌의 에카르트 하그 변호사(오른쪽) 등과 함께 경기 판교테크노밸리, 대전 대덕테크노밸리 등에 있는 14개 벤처기업을 방문했다. 그는 “영등포의 보안솔루션 업체를 방문했는데 유럽에서 은행을 대상으로 당장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력이 뛰어났다”며 “유럽 중앙은행을 상대로 비즈니스할 수 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홀츠바흐 대표는 “이 업체는 해외 비즈니스를 하는 방법을 모르고 낯설기도 해서 아직 해외에 진출하지 않고 있다”며 “한국에 이런 벤처기업이 많은데 해외 진출에 도전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홀츠바흐 대표는 한국 대기업의 유럽 비즈니스에 대해서는 “지식재산권 문제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대기업 제품의 중국산 모조품이 유럽에서 많이 팔리고 있어 한국 기업의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홀츠바흐 대표는 “애플은 자사 제품의 모조품을 강력하게 단속해 거의 없앴지만 삼성전자 모조품은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한국은 이런 문제에 비교적 관대한 것 같다”며 “결국에는 브랜드 이미지 실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 모조품을 줄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로펌 위주로 돌아가는 독일 법률시장에서 FPS는 흔치 않은 토종 로펌이다. 변호사 140명 정도의 중견 규모이지만 토종 중에서는 큰 편에 속한다. 특히 독일 내 지식재산권 업무에서 전문성을 널리 인정받고 있다. 홀츠바흐 대표는 “합병하자는 외국 로펌의 제안도 있었지만 독일 내 비즈니스에 집중하기 위해 거절했다”며 “한국 로펌도 법률시장 개방을 앞두고 있지만 국내 업무의 전문성을 제대로 확보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