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학교육인증원과 한국경영교육인증원이 주최하는 산업계와 대학의 소통을 위한 포럼이 지난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렸다. 산업계 참석자들은 전공교육과 소통능력 강화를 통해 기본에 충실한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한국공학교육인증원과 한국경영교육인증원이 주최하는 산업계와 대학의 소통을 위한 포럼이 지난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렸다. 산업계 참석자들은 전공교육과 소통능력 강화를 통해 기본에 충실한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미국 캘리포니아의 하비머드대는 졸업장을 따는 데 들인 돈 대비 훗날 가장 많은 보수를 받는 대학으로 꼽힌다. 뛰어난 연구성과는 물론 현장 경험이 풍부한 졸업생을 배출하는 것으로 미국 내에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공학교육인증원과 한국경영교육인증원이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 후원으로 열린 ‘산업계와 대학의 소통을 위한 포럼’에서는 대학과 산업계의 대표적 인력양성 사례인 하비머드대를 포함해 국내외 우수 사례가 소개됐다.

○두 마리 토끼 잡은 하비머드대

전체 학생 수가 800여명에 불과한 작은 대학이 이런 평가를 받는 것은 ‘클리닉’이란 독특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덕분이다. 하비머드대는 매년 기업과 정부기관, 연구소로부터 프로젝트 제안을 받고 프로젝트당 4만3000달러의 후원금을 받고 있다. 교수가 팀장을 맡고 학생 4~5명이 팀원이 돼 학교와 현장을 오가면서 기업이 제안한 문제를 해결한다. 아마존과 미국항공우주국(NASA)을 비롯해 프로젝트를 맡긴 기업과 기관은 441개에 이른다. 두세 차례씩 맡기다보니 진행한 프로젝트가 1500건을 훌쩍 넘었다.

하비머드대는 지난해 미국 ‘유에스뉴스 앤드 월드리포트’가 선정한 공대 학부 순위 1위, 프린스턴 리뷰가 뽑은 최고 과학연구실 순위 3위에 뽑히기도 했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산학 간 협력으로 기업에 필요한 연구성과를 제공하고, 학생들은 현장 경험을 쌓는 ‘일석이조’ 효과를 낳고 있다”며 “선진국에선 공학교육과 직무역량을 일치시키기 위해 대학과 기업이 협력하는 게 대세”라고 말했다.

○논문 안 쓰는 공학대학원 첫 설립

국내에서도 산업계가 필요한 수준의 인재를 양성하는 프로젝트가 시동을 걸었다. 서울대는 내년 1학기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공학전문대학원을 설립한다. 이 공학전문대학원은 연구 중심에서 벗어나 기업에 필요한 맞춤형 기술자를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학원생은 입학 직후 기업이 요구한 연구 프로젝트를 제출해 기업 임원 1명을 포함한 교수 3명과 팀을 이뤄 함께 연구를 수행하면서 문제 해결에 필요한 모든 기초공학 교육을 받는다. 이수 학점을 일반대학원보다 1.5배 많은 36학점으로 정한 것은 산업현장에서 쓰일 기본기를 탄탄하게 하려는 취지다. 졸업 논문 없이 프로젝트 결과물로 논문을 대체한다. 서울대가 공학전문대학원을 신설한 것은 ‘공과대학 교육이 기업이 실제로 요구하는 수준의 인재를 길러내지 못한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전공·의사소통 능력 강화해야

국내 대학과 산업계는 그동안 대학에서 길러야 할 인재상에 대한 시각 차를 보여왔다. 대학은 공학교육인증제를 도입하는 등 산업체가 요구하는 수준을 꾸준히 맞춰왔다고 주장하지만, 산업계는 뽑을 인재가 없다는 불만을 토로한다. 이 본부장은 “기업은 전공 분야에 깊이 있는 공부를 한 학생을 뽑길 원하지만 한편에선 융·복합 인재가 강조되면서 전공 학점을 충분히 이수하지 않고 졸업하고 있다”며 “대학에서 졸업에 필요한 전공점수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희 모다정보통신 회장은 “한국 학생들은 전공점수가 좋지만, 발표 능력과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기업에서 필요한 의사소통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