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주가 갑?…'무개념 알바'에 속끓는 자영업자
울산광역시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A씨는 몇 달 전 고용한 아르바이트생(알바생) B군이 무단결근한 채 연락이 끊기자 새 알바를 채용했다. 연락이 끊긴 B군은 평소에도 무단결근을 일삼고 손님 앞에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등 불성실한 근무 태도를 보였다. 그동안 참아온 A씨가 이를 지적하면서 나무라자 B군은 모자와 옷 등 근무복을 던져버리고 뛰쳐나간 이후 연락이 끊겼다. 치킨집에서 일하는 인력은 주인인 A씨와 그의 아내 및 알바생 두 명으로, 한 명이 빠지면 영업이 어렵다. A씨는 곧바로 새 알바를 채용했다. 그런데 새 알바를 채용한 지 며칠 안 돼 B군이 다시 일하겠다며 돌아온 것이다. A씨는 치솟는 화를 누르며 “새 알바를 뽑아서 여유가 없다”고 돌려보냈다. 며칠 뒤 B군은 A씨가 자신을 부당해고했다며 지방노동청에 신고했다.

자영업자와 알바생은 흔히 사회적 강자와 약자를 뜻하는 갑을(甲乙) 관계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청년 알바생들에게 악덕 업주들이 최저임금도 제대로 주지 않고 장시간 근로만 시키는 사례가 적지 않다. 대부분은 그렇지만 거꾸로 불성실한 근무 태도로 영세 자영업자를 곤혹스럽게 하는 알바들도 적지 않다는 게 일부 자영업자의 얘기다.

각 지방자치단체 소상공인지원과에는 자영업자들의 이런 고충이 한 달에 평균 수십건씩 접수된다. 잦은 무단결근과 불성실 근무를 일삼는 알바생을 해고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 대부분이라는 게 지자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무단결근 등을 참다못해 해고하려고 해도 ‘부당 해고’를 내세우면서 지방노동청에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알바생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C씨는 “극히 일부지만 인터넷 등을 통해 접한 부당해고 등의 용어를 들먹이며 되레 업주를 협박하는 알바도 있다”고 털어놨다.

지난 6월엔 지방의 한 음식점 사장인 D씨가 알바생이 밀린 월급 32만원을 달라며 지방노동청에 진정을 하자 10만원을 10원짜리 1만개로 지급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일이 있었다. 무단결근을 일삼던 알바생이 일을 다짜고짜 그만두고 월급을 달라고 하자 D씨는 ‘무단결근한 알바생에게 돈을 바로 주는 회사가 어디 있느냐’며 원래 정해진 월급날에 지급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알바생 친구들이 가게로 찾아와 욕을 하면서 돈을 당장 내놓으라고 하는 등 영업을 방해했다는 게 D씨의 주장이다. 하지만 알바생의 주장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D씨는 결국 음식점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알바생의 권리를 위한 알바노조가 잇달아 설립되고 고용노동부와 각 지자체에 알바피해신고센터도 운영되고 있지만 자영업자들을 위한 기관이나 단체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 자영업자는 “고용주는 무조건 갑이고, 알바생은 을이라는 인식이 워낙 강해 고용주의 목소리는 어디서도 들어주는 곳이 없다”고 했다.

자영업자와 알바생 갈등엔 최저임금 인상이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소상공인의 안전망을 확충하지 않은 상태에서 최저시급을 올려 비용지출이 늘고, 알바생들을 내보내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