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견 못좁히고…채권단, 금호산업 매각가격 합의 실패
금호산업 채권단이 27일 열린 회의에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에게 제시할 금호산업 경영권(지분 50%+1주) 매각 가격을 합의하는 데 실패했다. 채권금융회사별로 제시한 가격이 최저 6503억원에서 최고 8660억원으로 2000억원 이상 벌어졌기 때문이다.

금호산업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날 22개 금호산업 채권금융회사와 회의를 열고 금호산업 지분 가격을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산업은행이 지난 25일까지 각 채권금융회사로부터 제출받은 희망 가격(6503억~8660억원)을 기초로 제안한 최종 가격은 7935억원(주당 4만5485원)이었다. 박 회장이 제안한 가격(총 6503억원, 주당 3만7564원)보다 1400억원가량 많은 금액이다.

채권단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은 ‘7935억원 이하로는 팔지 않겠다’는 입장과 ‘박 회장이 제안한 가격인 6503억원과 7935억원 사이의 가격에 팔자’는 의견이 대립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의견 대립을 보인 두 채권단의 지분율이 거의 비슷해 합의가 안 됐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박 회장과의 추가 협상을 통해 6503억원보다 가격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7935억원을 주장하는 채권금융회사와 합의를 이룬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선 매각 대상 지분을 줄이자는 의견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산업 지분 40%만 팔자는 것이다. 박 회장의 자금 동원 여력을 감안해 전체 매각 가격을 떨어뜨리겠다는 의도다. 산업은행은 다음주 다시 회의를 열고 합의점을 찾는다는 계획이다.

다음주께 매각 가격이 확정되면 산업은행은 채권단 75% 이상 찬성을 받아 박 회장에게 가격을 공식 통보할 예정이다. 박 회장은 가격을 통보받은 뒤 한 달 안에 우선매수권을 행사할지 결정해야 한다.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면 11월 중 최종 계약이 체결된다.

만약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향후 6개월간 우선매수권이 없는 상태에서 채권단은 다른 인수 희망자를 물색하게 된다.

김일규/하수정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