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초본관 지하 1층에 위치한 딜라이트숍 체험존에서 기자가 직접 갤럭시노트5를 써보고, S펜으로 메모를 적어봤다. 사진=김민성 기자
삼성전자 서초본관 지하 1층에 위치한 딜라이트숍 체험존에서 기자가 직접 갤럭시노트5를 써보고, S펜으로 메모를 적어봤다. 사진=김민성 기자
[ 김민성 기자 ] 삼성전자의 애플 아이폰 고객 뺏기가 한창이다. 승부수는 '체험(Experience)'.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소비자가 무엇보다 갤럭시폰을 직접 만져보고 써보도록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년째 아이폰만 쓰는 애플 마니아라도 실제 체험해보면 삼성폰에 대한 브랜드 인식이 달라질 것이라는 확신에서다.

올초 갤럭시S6부터 최신작 갤럭시노트5까지 신제품의 디자인 및 기능 차별성을 소비자 오감으로 알릴 수 있는 '사전 체험' 행사 진행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다. 정식 출시일까지 실물을 베일 속에 꽁꽁 숨기는 '신비주의' 전략으로 가격 및 외모 알리기에 주력했던 예전과는 분명 달라졌다.

써보고 끌린다면 '애플에서 삼성으로 갈아타라(make the switch)'는 노골적 유혹이다.

◆ 삼성의 대대적인 체험 전략, 왜?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서 갤럭시노트5와 갤럭시S6 엣지+가 공개된 뒤 행사에 참석한 글로벌 미디어 관계자 수백명이 곧바로 신제품을 체험해보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서 갤럭시노트5와 갤럭시S6 엣지+가 공개된 뒤 행사에 참석한 글로벌 미디어 관계자 수백명이 곧바로 신제품을 체험해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체험을 늘리는 배경은 뭘까. 스마트폰은 100만원이 육박하는 고가지만 꼼꼼히 써보고 살 수 없어 답답해하는 고객이 많았던 탓이다. 정작 제품을 판매하는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도 제품을 켜 와이파이 등에 연결해 성능을 시험해볼 수 있는 환경이 좋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고객들은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이나 사용성 만족도 등이 아닌 유명 브랜드나 디자인이 주는 짧은 인상에 따라 구매 제품을 선택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요금제에 따른 단말 할인율과 전시용 모형폰인 이른바 목각폰만 보고 제품을 사는게 일반적이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애플의 아이폰에 프리미엄폰 사용자를 대거 빼앗긴 큰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의 신제품 역시 기능과 디자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애플의 브랜드 충성도와 인지도의 벽이 상대적으로 높다보니 프리미엄폰 교체 수요를 애플에 속수무책으로 빼앗겼다.

국내 약 1000만명, 전세계적으로는 수억명에 달하는 프리미엄 교체 수요는 지난해 대화면 아이폰이 나오면서 급격히 애플 쪽으로 쏠렸다. '대화면의 원조'인 삼성전자와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안이었던 LG전자 등 안드로이드 대기 수요가 애플 진영으로 넘어간 것이다.

보급형 시장과는 달리 프리미엄 시장 고객 수요는 아이폰과 삼성폰으로 양분된 지 오래다. 보급형은 저가를 최대 무기로 신흥시장에서 급성장 중이지만 프리미엄 수요는 정체 국면을 맞은지 오래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나 노트 등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되찾기는 방법은 애플로 이탈한 안드로이드 고객을 다시 '모셔오는' 방법 밖에 없다.

이 같은 프리미엄 쏠림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삼성의 승부수가 바로 '갤럭시 체험 확대'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실제 갤럭시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제품을 손으로 만져본 고객 가운데 만족감을 표시하는 이들이 많았다"며 "갤럭시S나 노트 등 삼성의 프리미엄 제품은 아이폰 사용자들 역시 높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손에 쥐어서 그림갑을 느껴보고, 디자인 완성도나 재질 마감 정도를 따져보고, S펜과 엣지 사용자환경(UX)을 써보면 삼성폰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 애플 안방서 '1달러의 유혹'
삼성전자의 프로모션 사이트에 게재된 '단돈 1달러 30일 체험 이벤트' 화면 캡처.
삼성전자의 프로모션 사이트에 게재된 '단돈 1달러 30일 체험 이벤트' 화면 캡처.
삼성전자가 북미 지역에서 공격적으로 시작한 '1달러' 마케팅이 대표적 프리미엄 체험 행사다. 점유율이 크게 떨어진 북미시장을 되찾기 위해 1달러만 내면 갤럭시노트5나 S6엣지플러스를 30일 동안 써볼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단돈 1달러로 갤럭시노트5를 30일간 써본 뒤 구매하기 싫으면 그냥 반납하면 된다. 주 타깃은 아이폰 사용자들. 단돈 1달러에 아무런 약정 조건 없이, 가입 통신사와 무관하게 30일간 써볼 수 있다.

1달러로 대여하는 갤럭시노트5와 갤럭시S6 엣지 플러스뿐만 아니라 유심만 갈아끼워 여타 삼성의 최신 스마트폰을 써보라고도 제안하고 있다. 아이폰의 나노 유심은 갤럭시S6와 갤럭시노트5 등에서도 바로 쓸 수 있다. 무료로 써본 뒤 좋다면 "갈아타 보라(make the switch)"는 권유도 잊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프로모션 설명 끝에 "(애플 등에서) 갈아타 보라"고 권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프로모션 설명 끝에 "(애플 등에서) 갈아타 보라"고 권하고 있다.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에 신제품 체험 이벤트를 연 건 삼성전자도 이번이 처음이다. 파격 체험마케팅이 인기를 끌면서 이벤트용으로 준비한 현지 갤럭시노트5와 갤럭시 S6엣지 플러스 등이 동이 난 것으로 삼성전자는 파악하고 있다.

◆ '단통법' 예판 대신 대규모 체험
인기 요리사 샘 킴(테이블 가운데)이 등장해  갤럭시노트5 체험 행사가 열리고 있다.
인기 요리사 샘 킴(테이블 가운데)이 등장해 갤럭시노트5 체험 행사가 열리고 있다.
국내에도 갤럭시 체험 마케팅 행사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뉴욕 제품 공개 후 단 일주일만에 출시를 감행한 탓에 짧은 홍보 일정을 만회하기 위해 사전 체험행사를 진행했다. 신제품 특장점들을 출시 전에 직접 보고 만지며 체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체험 행사보다 사전 예약판매를 홍보하는데 집중했던 과거와도 다른 모양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판매 성과가 더 불투명한 예약판매에 주력하기 보다 체험행사를 늘려 잠재적 고객을 확보하는데 더 주력하는 전략이다.

갤럭시노트5를 예년보다 한 달이나 빠르게 출시하는만큼 아이폰6S 출시 전까지 초반 흥행이 무엇보다 중요해서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갤럭시S6 출시 때도 국내 1400여 곳 매장에서 전례없는 대규모 사전 체험를 실시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출시 이후인 20일부터 대규모 소비자 체험 행사 '노트5 로드(Note5 Road)'를 진행 중이다. 나흘 동안 23일까지 약 5만여 소비자가 체험존을 찾았을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고 삼성전자는 밝혔다.

체험존에는 갤럭시노트5만의 디자인, 그립감, S펜, 무선충전, 삼성 페이 등 다섯 가지 주제의 체험 부스로 구성됐다. 삼성전자는 에버랜드 입장권 등 다양한 경품까지 내걸고 한명이라도 더 신제품을 손에 쥐어볼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였다.

◆ 온라인 체험 앱 본격 서비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5 모바일 체험용으로 출시한 '체험' 애플리케이션. 출처=구글 플레이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5 모바일 체험용으로 출시한 '체험' 애플리케이션. 출처=구글 플레이
제품을 실제 만져보지 않고도 체험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마켓인 구글 플레이에 최근 갤럭시노트5 및 갤럭시S6 엣지 플러스 모델 별로 각각 '체험(Experience)' 앱을 선보였다.

갤럭시노트5 앱은 360도 VR 경험과 개선된 한손 그립감, 향상된 S펜, 충전 성능 등을 경험해 볼 수 있다. 갤럭시S6 엣지 플러스 앱은 디자인에 초점을 맞췄다. 인체 공학적 듀얼 엣지 디자인과 특화된 엣지 사용자환경(UX), 전용 액세서리 및 색상을 온라인 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6와 스마트워치 기어S 출시 때도 체험 앱을 만들어 배포한 바 있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