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연계-별도법안 두 갈래 논의…별도법안은 한국도 대상

중국이 전격적으로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서면서 미국 의회에서 이른바 '환율조작국 응징법'에 대한 논의가 다시 불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대한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미 행정부와 달리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은 아예 '환율조작'이라고 단정하면서 즉각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공화당과 더불어 민주당에서도 강경 대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민주당의 차기 상원 원내대표로 유력시되는 찰스 슈머(민주·뉴욕) 상원의원은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최근 수년간 중국은 규칙을 어기고 환율로 장난을 쳐왔으며 이 때문에 미국의 노동자들이 (일자리에서) 밀려났다"면서 "중국 정부는 이런 방식을 바꾸기는커녕 오히려 두 배로 (위안화 가치를) 낮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12일 현재 미 의회의 논의 방향은 크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연계해 환율조작 대처 방안을 마련하거나 미 의회에 계류된 환율조작 관련 별도 법안을 처리하는 방안 등 두 갈래로 요약된다.

TPP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주도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지난달 말 하와이 마우이 섬에서 열린 12개 협상 당사국 간의 TPP 각료회의에서도 환율조작 대처 문제가 쟁점이 된 적이 있다.

미 의회의 강경 기류를 의식한 미 협상 대표단이 역내 환율조작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회원국 간 고위급 포럼을 만드는 방안을 공식 제안했으나 강제 구속력이 없는 이 제안마저도 일본 등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화당 강경파는 이미 중국의 이번 위안화 평가절하를 앞세워 아예 TPP 협상과 환율조작국 대처 방안을 연계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치고 있다.

미 상원 재무위 소속 롭 포트만(공화·오하이오) 상원의원은 의회전문지 더 힐(The Hill) 인터뷰에서 "중국의 이번 위안화 평가절하는 '우리가 더 이상 (경쟁국가의 환율조작)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는 경각심을 다시 한번 엄중하게 일깨워주고 있다"면서 "당장 TPP 협상에서 환율조작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척 그래슬리(공화·아이오와) 상원의원도 "중국은 오랫동안 환율을 조작했는데 이번 위안화 평가절하가 가장 최근에 이뤄진 사례"라면서 "TPP 협상에서 중국의 환율조작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은 미 행정부가 향후 TPP 협상을 타결하더라도 환율조작 대처 규정이 반영되지 않거나 미흡할 경우 의회 심사 과정에서 제동을 걸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TPP와 별개로 미 의회에는 이미 환율조작국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 법안이 올라와 있는 상태다.

미 상원은 앞서 지난 5월 환율조작 국가의 수입품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 내용이 포함된 관세법 개정안을 찬성 78표, 반대 20표로 통과시킨 상태다.

이 법안은 중국과 일본을 우선 타깃으로 한 것이지만 한국 역시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여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미 재무부는 올해 5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독일과 중국, 일본, 한국 등 흑자 규모가 큰 국가들이 좀 더 균형잡힌 경제정책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법안은 하원 법안과 내용이 부분적으로 달라 미 행정부로 이송하기 전에 상·하원이 내용을 조율한 뒤 단일안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의회는 8월 휴지기 이후 9월부터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TPP 타결에 올인하는 오바마 행정부가 핵심 협상 당사국인 일본 등을 의식해 환율조작국 상계관세 법안 도입에 부정적이고, 특히 의회가 강행 처리할 경우 거부권까지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미 의회의 압박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여 향후 논의 방향이 주목된다.

통상 전문가들은 "현재 의회의 기류로 볼 때 환율조작국 상계관세 부과법안에 대한 논의는 물론 TPP 협상 과정과 이후 의회 심사 과정에서도 환율조작 문제가 계속 거론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