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원베이비 ‘리안 솔로’
에이원베이비 ‘리안 솔로’
지난 22일 현대홈쇼핑은 국내 유모차 업체인 에이원베이비의 ‘리안 솔로’ 판매 방송을 했다. 1시간 동안 준비한 유모차 650대를 모두 판매했다. 문형국 현대홈쇼핑 아동레포츠팀 상품기획자(MD)는 “해외 명품 브랜드 대비 가격은 30~50%에 불과하지만, 기능적인 부분은 별 차이가 없어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해외 브랜드 업체에 밀렸던 국내 유모차 업체가 ‘반격’에 나서고 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국내 맞춤형 제품’으로 승부하고 있는 것. 이를 통해 해외 브랜드가 독점하던 시장에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유모차 시장 급성장

"스토케 잡아라"…맹추격 나선 국산 유모차
국내 유모차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2010년 1500억원대에서 작년 3000억원 정도로 커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저출산 트렌드가 오히려 호재가 됐다. 굴러만 가는 싼 제품에서 ‘좋은 제품’을 찾기 시작한 것. 유모차가 명품 가방처럼 여성들의 과시형 소비재가 된 것도 원인이다.

해외 브랜드는 시장이 열리자 시장을 독식했다. ‘유모차의 벤츠’로 불리는 노르웨이 스토케와 네덜란드 퀴니 등 유럽 유모차가 물밀 듯 들어왔다. 국내 중소업체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품질 차이는 빠르게 좁혔지만 ‘브랜드발’이 셌다.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쁘레베베, 에이원베이비, 마루스 등 국내 업체들이 새로운 제품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국내 최대 육아용품전인 베이비페어를 여는 베페에 따르면 자체 온라인몰 유모차 판매에서 국내 브랜드 비중은 2012년 3%에서 지난해 35%로 뛰었다. 관세청이 집계한 유모차 수입액도 2012년 5886만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2년 연속 감소세다.

◆소비자 참여 제품개발

2013년을 기점으로 국내 브랜드의 반격이 시작됐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해외 제품이 다른 국가보다 2~4배 비싼 가격에 판매된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소비자시민모임 등이 한 품질 테스트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자료에 따르면 쁘레베베의 59만원짜리 페도라 유모차는 오르빗베이비(215만원), 스토케(164만원), 퀴니(98만원)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안전성과 무게 등을 꼼꼼하게 따지고 구매하는 이들이 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은 까다로운 소비자와 적극 소통했다. 쁘레베베는 소비자와 함께하는 ‘소셜디자인’을 내세웠다. 매달 두 번씩 소비자를 대상으로 심층인터뷰를 한다. 주부 20여명으로 구성된 클럽도 운영해 제품 피드백을 받는다. 강태균 쁘레베베 대리는 “차양길이 연장, 통풍성을 높인 아이관찰장, 탈부착이 가능한 장바구니 등 작은 부분까지 신경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에이원베이비도 ‘디테일’에 신경 썼다. 360도 회전하는 스핀기능을 통해 시트분리 없이 양대면(엄마와 아이가 마주 보는 형태) 전환을 할 수 있게 했다.

두 업체가 운영하는 온라인 카페도 큰 역할을 했다. 초보 육아족(族)이라면 가입해야 하는 사이트로 자리 잡았다. 제품 소개는 물론 육아정보를 교류하는 장이 된 것. 불만사항은 제품 개발에 즉각 반영했다.

◆이색 유모차도 등장

국내 업체들은 휴대용 유모차 보강에 힘쏟고 있다. 무게가 가볍고, 쉽게 접히는 유모차를 추가 구매하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G마켓에서 지난해 휴대용 유모차 매출은 전년 대비 291% 급증했다.

에이원베이비는 1년여간 연구개발(R&D)을 거쳐 지난 5월 첫 제품을 내놨다. 첫 물량 1000대가 금세 동났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쁘레베베는 오는 11월 신제품인 ‘페도라 S1’을 선보인다.

이색 유모차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다둥이 트렌드에 맞춘 쌍둥이 유모차가 대표적이다. 삼천리자전거·알톤 등 자전거 업체는 세발자전거 겸용 유모차, 자전거에 부착하는 키즈 트레일러 등을 출시했다.

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