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중국법인장에 공상은행 출신 영입
최근 중국 은행권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지난해 대출금리 자유화에 이어 조만간 예금금리 자유화도 시행될 예정인 데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 인터넷기업들도 핀테크(금융+기술) 열풍을 타고 시장을 잠식해 들어오고 있다. 중국 은행원들 사이에서 “편하게 돈 버는 시대는 지났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들은 고민이 한 가지 더 있다. 핵심 고객인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하나·우리·신한은행의 중국법인은 최근 주 영업 타깃을 한국 기업에서 중국 기업으로 바꾸는 쪽으로 영업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기업여신 심사인력 대폭 확충

하나은행, 중국법인장에 공상은행 출신 영입
가장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곳은 하나은행이다. 작년 12월 외환은행 중국법인과 통합한 하나은행 중국법인은 중국 기업 공략을 위해 대대적인 인사혁신을 진행 중이다.

우선 중국 전역에 있는 12개 분행(지역본부)의 분행장을 모두 중국 현지인으로 교체하고 있다. 이미 7곳의 분행장을 바꿨고, 나머지 5곳은 중국 감독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하나은행은 또 중국공상은행에서 여신심사로 전문성을 쌓은 인사를 여신담당 본부장으로 영입한 데 이어 법인장(은행장) 역시 공상은행 출신 인사를 선임,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노홍균 하나은행 중국법인 경영기획본부장은 “중국 기업은 회계 투명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여신심사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중국 기업 사정에 밝은 현지 인력을 전진 배치해 대출 영업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도 중국 현지 은행 출신으로 여신심사 인력을 보강하는 한편 전국 각 지점에 중국 기업 대상의 영업 전담팀을 별도로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리은행은 작년 초 정화영 법인장 취임 이후 전방위적으로 중국 기업 대상의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우선 중국 국유기업, 상위 500대기업, 상장기업 등 부도위험이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을 대상으로 중국계 은행보다 최대 20%가량 낮은 우대금리를 적용해 대출 영업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또 교통은행 등 중국 메이저 은행이 주도하는 신디케이트론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한국 기업 영업만으론 성장 한계

중국 내 한국 은행들의 이 같은 전략 수정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대상의 기존 영업전략이 한계에 달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국 은행들은 1990년대 중반 처음 중국에 지점을 개설한 이래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여·수신 영업으로 동반성장해왔다.

정학진 신한은행 중국법인 영업담당 부행장은 “최근 몇 년 새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성장세가 정체되고, 신규 진출 기업도 줄어 더 이상 한국 기업에만 기대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몇 안 되는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국계 은행들이 금리경쟁을 하다 보니 수익성도 악화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은행들의 영업수익(매출)이 2010년 1억6200만달러에서 지난해 3억9300만달러로 증가하는 동안 순이익은 5000만달러에서 4800만달러로 줄었다. 동일 기업에 대한 대출이 전체 자기자본의 10%를 넘지 못하도록 한 ‘동일인 한도 규제’ 역시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영업에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계 은행들은 자기자본 규모가 20억위안 정도에 불과해 삼성전자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에 대한 여신 한도가 이미 다 찼기 때문이다.

이규엽 금융감독원 베이징 사무소 대표는 “외국계 은행이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영업에 성공하기가 쉽지 않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김동윤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