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의 향방을 가를 채권단의 금호산업 지분(57.5%) 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28일 실시된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금호터미널, 금호고속, 금호리조트 등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채권단 지분을 가져가면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시장참가자들은 금호산업 ‘50%+1주’에 대해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결국 채권단으로부터 그룹 1대주주 지위를 되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산업 인수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호반건설이 막판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 과정에서 인수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모기업마저 힘들어지는 ‘승자의 저주’가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호아시아나 되찾기 '5년 장정'… 박삼구 회장, 막판변수 넘을까
○인수가 높으면 ‘승자의 저주’ 우려도

박 회장은 올초 신년사를 통해 2015년을 그룹 재건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지주회사격인 금호산업은 작년 11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서 졸업했다. 2009년 12월 워크아웃에 들어간 지 5년 만이었다. 금호타이어도 작년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채권단 자율협약을 완수했다.

돌이켜보면 지난 5년은 박 회장으로선 힘든 세월이었다. 감자(자본금 감축)와 채권단 출자전환을 거치다 보니 금호산업에 대한 지분율도 10.07%로 줄었다.

하지만 모든 어려움을 극복한 만큼 올해 1대주주 지위를 회복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렸다. 박 회장의 이런 그림은 조만간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28일 금호산업 본입찰을 시작으로 5개월 정도면 채권단 지분 매각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금호산업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는 박 회장이 1대주주로 복귀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8일 본입찰이 마감되면 채권단은 입찰 내용을 검토한 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이후 박 회장 측에 우선매수권을 행사할지 타진한다. 박 회장 측은 한 달 안에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로부터 2주일 이내에 주식매매계약을 맺게 된다. 이후 3개월 안에 주식대금을 완납해야 한다.

박 회장 측 관계자는 “주식대금을 완납하기까지 5개월이라는 시간이 있다”며 “지금까지 재무적 투자자 및 전략적 투자자와 접촉해온 만큼 금호아시아나그룹 1대주주 지위를 되찾는 것은 문제 없다”고 말했다.

○호반건설, 인수가 얼마 제시할지 관심

28일 금호산업 본입찰에 참여할 자격이 있는 곳은 모두 5곳이다. 호반건설, MBK파트너스, IBK투자증권-케이스톤 컨소시엄, IMM 프라이빗에쿼티, 자베즈파트너스 등이다. 이 가운데 본입찰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는 곳은 호반건설이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지난달 25일 기자들과 만나 “(금호산업) 입찰에 계열사와 같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호반건설의) 자기자본이 2조원이 넘는다”며 “체력을 충분히 갖췄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도 응찰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건설이 본입찰에서 승리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더라도 금호산업을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려면 우선협상자가 써낸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

이에 따라 호반건설이 인수가격으로 얼마를 제시할 것인지가 관심의 대상이다. 일부에선 호반건설이 1조원 안팎을 제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호산업 채권단의 채권 원금이 약 1조원이었던 것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호반건설이 1조원을 제시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더 많다. 지난 24일 종가(2만1550원)를 기준으로 금호산업 지분 57.5%의 시장가치는 4200억원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6000억원은 지나치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금호산업의 우발채무와 불투명한 시너지 효과를 감안하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적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채권단은 응찰 가격이 지나치게 낮으면 유찰시키거나 제3자에 매각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순신/하수정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