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성지(聖地)로 꼽히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마다하고 한국에 눈을 돌린 세계 청년들이 있다.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무장한 한국 스타트업에 미래를 베팅하기 위해서다. 독일에서 온 경영자부터 러시아 국적의 개발자까지. 각 국 인재들은 한국 스타트업의 현주소를 어떻게 바라볼까. [한경닷컴]이 세계 청년들과 비정상회담을 열고 'K-스타트업'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편집자주]
[K-스타트업 비정상회담③] 실리콘밸리와 테헤란밸리의 달콤한 신혼…닮아가는 스타트업 부부
[ 최유리 기자 ] 미국 대형 금융사인 뱅크오브아메리카에서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기업 탭조이로. 전 세계 스타트업의 중심지에서 한국 테헤란밸리(강남구 역삼동 강남대로)의 탭조이코리아로.

한국계 미국인인 다니엘 송 탭조이코리아 동남아시아 전략 담당(사진)의 이력이다. 의구심을 품는 주변인들과 달리 그는 앞을 내다본 선택이라고 자신했다. 침체된 금융권에서 역동적인 IT 업계로, 성숙기에 접어든 실리콘밸리서 부흥기를 준비하는 테헤란밸리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그의 선택대로 다니엘 송은 테헤란밸리에서 5년 전 실리콘밸리의 모습을 보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DNA를 이식하면서 초기 벤처를 위한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를 기반으로 동남아시아 모바일 마케팅 시장을 공략할 포부도 감추지 않았다.

◆ 스타트업 메카 꿈꾸는 테헤란밸리…"'이른 실패' 즐겨라"

모바일 광고 플랫폼사인 탭조이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이다. 지난해 8월 모바일 게임 분석 업체인 국내 스타트업 파이브락스를 전격 인수했다. 인수 후에도 파이브락스 법인과 기존 사업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현재 역삼동 사무실도 탭조이와 파이브락스 직원들이 함께 쓰는 터전이다. 실리콘밸리와 이를 꿈꾸는 테헤란밸리가 공존하는 셈이다. 실제로 둘 사이의 좁혀진 거리를 체감하고 있다는 게 다니엘 송의 얘기다.

"많은 한국 스타트업이 미국에서 성공한 아이템을 벤치마킹하는 방식으로 성장했어요. 지금은 더 나아가 사업 환경이나 문화를 많이 이식해 왔더라고요. 창업보육센터인 구글캠퍼스도 들어서고 투자도 활발해지는 등 변화가 보입니다. 예전엔 한국 사업자들이 소극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글로벌 무대에서 적극적으로 PR(홍보)하는 모습도 눈에 띄어요."

다니엘 송처럼 한국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는 해외 자본과 인재들은 늘어나는 추세다. 해외투자 유치 소식을 접하거나 그의 실리콘밸리 인맥이 한국 스타트업에 대해 묻는 일도 부쩍 많아졌단다.

상승세를 탄 한국 스타트업이지만 이를 이어가기 위해선 역설적으로 '이른 실패'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선 학창 시절부터 스타트업에 도전하지만 한국에선 창업을 차선책으로 미뤄둔다는 것.

"창업을 취직이나 이직의 대안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시기가 늦춰지죠. 그러나 일찍 경험할수록 창의적인 결과가 나오고 실패하더라도 재기할 기회가 많습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시작을 망설이기도 하지만 실리콘밸리에선 실패한 경험을 더 높게 평가합니다."

◆ 탭조이+파이브락스 신혼 살림…통합 서비스로 동남아 공략
[K-스타트업 비정상회담③] 실리콘밸리와 테헤란밸리의 달콤한 신혼…닮아가는 스타트업 부부
탭조이와 파이브락스는 한 식구가 되면서 역량을 키웠다. 양사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데이터 분석 기술이 합쳐지면서다. 그 결과 합병 7개월만인 지난 3월 첫 합작품을 내놨다. 모바일 게임 사용자의 데이터를 분석해 행동 패턴을 예측하는 통합서비스다.

"파이브락스는 분석력이 뛰어났지만 주로 한국과 일본 데이터만 다뤄왔어요. 지금은 탭조이가 확보한 방대한 글로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죠. 다양한 유저들의 특징을 파악한 만큼 분석툴은 더 정교해졌습니다."

고객사인 게임 개발사들의 반응은 긍적적이다. 분석 결과에 따라 앱 내 구매를 유도할지, 광고를 보여줄지 등을 결정하며 수익을 끌어올릴 수 있어서다. 지난해 부산 지스타에서 첫 선을 보인 통합서비스를 올해는 동남아에 진출시킬 계획이다.

"동남아 유저들은 대부분 무료 모바일 서비스에 머물러 수익율이 낮은 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앱 분석이나 마케팅 플랫폼사 입장에선 더욱 기회의 땅이죠. 네트워크 환경도 개선되는 중이고 인구도 많은 시장이라 매력적인 곳입니다. 한국을 중심으로 동남아를 공략해 개발사들의 성공 파트너가 되고 싶습니다."

최유리 한경닷컴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