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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론] '고령사회 프레임'을 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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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자 위한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
    공적연금 수혜 연령 상향 조정하고
    청년층 고용·실물투자 확대 도와야"

    김원식 < 건국대 교수·경제학 wonshik@kku.ac.kr >
    [시론] '고령사회 프레임'을 깨야 한다
    담뱃세 인상으로 2조8000억원의 세금을 확보하는 등 정부가 증세에 목을 매고 있다. 정부는 올해 367조원의 예산 가운데 33조원은 빚을 내서 쓸 예정이다. 빚을 내야 하는 이유는 복지 포퓰리즘이 낳은 기초연금, 무상보육, 무상급식, 무상의료 등에 대한 지출이 크게 늘어났는데 세금 걷기는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3년간 예상치 못한 불경기로 걷지 못한 세금이 20조원에 이른다.

    문제는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는 한 무상복지에 관련된 소비성 지출은 무한정 늘어날 수밖에 없고, 불경기를 극복할 생산성 지출은 따로 확보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추세라면 2050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12%에서 37%가 돼 사회적 피부양자가 크게 늘고 한참 일할 나이의 25~50세 인구 비중은 42%에서 23%로 감소해 ‘사회적 부양시스템’이 작동할 수 없게 된다. 즉 우리 사회 전체가 ‘복지 함정’에 빠져 재도약을 위한 탈출구를 찾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또 정부 정책은 노인들을 더 사회 의존적으로 몰아가고 있다. 부담 능력이 있는 노인들에게도 무임승차를 허용하고, 돈을 주면서까지 일찍 명예퇴직시키고, 기초연금은 매달 20만원씩 주고 있다. 경제발전에 공헌한 숙련된 인적자원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생산에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할 청년근로자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30세가 넘어서야 사회에 진출하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 이들의 실업률은 2000년대 이후 최고로 10%가 넘었다. 이제는 ‘고령화시계’에 맞춘 처방이 시급하다.

    첫째, 고령자들에게 기초연금이 아니라 소액이라도 소득을 낼 수 있는 일자리를 마련해 주고 근로장려금을 더 줘서라도 스스로 노후를 준비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수명연장시대에 고령근로는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에 추가한 제4층의 노후소득보장제도다.

    둘째, 퇴직을 앞둔 40~50대 베이비붐 세대들이 고용보험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직무재교육에 참여하게 해야 한다. 대학을 포함한 직업교육기관의 파트타임 등록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이들의 재취업이나 노후근로 연장에 들어가는 지원 예산은 퇴직한 노인들의 사회적 부양비보다 훨씬 적게 들 것이다.

    셋째, 노인정책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하고 수혜연령을 높여서 대상을 축소해야 한다. 지하철 무임승차나 기초연금의 수급 대상은 소득조사를 해서 줄이고, 수급연령도 65세에서 70세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 국민연금이나 공적직역연금 등의 수급개시연령도 상향 조정해 재정부담을 줄여야 한다.

    넷째, 청년들이 조기에 사회에 진출해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고졸자에 대해 선(先)취업 후(後)학업병행을 유도해야 한다. 대학 재수나 취업 재수를 억제하고, 해외연수를 포함한 스펙으로 채용하는 관행도 없애야 한다. 이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정규직이어도 정규직 못지않은 생활 안정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사회에 일찍 정착하면 결혼 연령도 낮아지고 출산율도 높아질 것이다.

    다섯째, 수요 측면에서 청년층 고용을 적극 창출해야 한다. 법인세율 인상이나 유보이윤 과세는 투자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져 기업 투자와 청년고용을 위축시킬 수 있다. 고용 효과가 가장 큰 실물투자의 확대를 위해 해외에 이전한 공장들의 환류와 외국기업의 국내 진출을 늘려야 한다.

    고령사회는 노인들이 일하게 해서 근로자 대비 퇴직자 비율을 낮춰야 지속가능한 사회다. 노인들은 노인대로 노동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자식 세대에 부담이 되지 않는 흑자인생을 만들고, 청년들은 적극적으로 생산활동에 참여하도록 정부 정책과 예산 구조를 인구공학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김원식 < 건국대 교수·경제학 wonshik@kk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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