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일각, 증세 불가피론 '솔솔'…김무성 "전가의 寶刀 아니다" 쐐기
새누리당 지도부가 최근 불거진 연말정산 파동으로 당내에 퍼지고 있는 증세론을 차단하고 나섰다. 올 4월 재·보선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칫 증세 논쟁이 민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당 핵심 의원들을 중심으로 복지와 증세 문제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끊이지 않아 당내는 물론 향후 당·정·청 간 갈등 요인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사진)는 28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정부의 개별 부처가 경제 상황과 국민 생활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 그리고 타 부처와의 조율 없이 임기응변식의 섣부른 대책을 발표하고 증세를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인식하는 것은 무감각하고 무책임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전날 내놓은 2015년 주요 추진 법안에 소득세법 개정안을 비롯해 비과세소득을 과세소득으로 전환하는 세제 개편 관련 법안이 다수 포함된 것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세수 결손 규모가 11조1000억원에 달한 점을 언급하며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은 다각도로 강구돼야 한다”며 “연말정산 논란에서 봤듯이 증세는 국민의 삶과 직결된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국민적 공감대 위에서 매우 섬세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증세를 언급하기 전에 지방과 중앙정부의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집행되거나 누수 현상이 나타나는 부분은 없는지 꼼꼼히 살피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며 “가정도 수입이 줄면 아끼는 것이 기본인 것처럼 나라살림을 다루는 정부도 허리띠를 졸라매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연말정산 사태를 가까스로 수습한 새누리당 지도부가 아직은 증세를 논할 때가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이지만, 당내에선 ‘증세 없는 복지’ 프레임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 뛰어든 이주영 의원과 유승민 의원도 증세 문제를 면밀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일부 기자들과 만나 “증세 논란은 복지와 관계 있다. 증세를 안 할 거면 복지도 현상을 유지하는 게 맞다”며 “이젠 국가 재정에 맞춰 어느 수준의 복지를 할지, 또 정말 증세가 필요한지 등 전략적 복지와 재정에 대한 포괄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야당이 주장하는 법인세율 인상도 그냥 법인세만 얘기할 것이 아니라 이런 논의 틀에 넣어 그 적정성을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쟁자인 유 의원도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근로소득세도 있고 법인세도 있고 부가가치세도 있고 여러 종류의 세금이 있는데 절대 뭐는 못 올린다는 식의 이런 도그마에 빠질 것이 아니다”고 했다.

야당이 요구하는 법인세율 인상과 관련, 새누리당 지도부는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 소속인 정희수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한시적으로라도 법인세를 1~2%포인트 점진적으로 높이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연말정산 사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며 “4, 5월 소득세법 개정과 추가 환급 과정에서 증세 논란이 또 한 번 불거지면 당 안팎에 미치는 여파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