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12월 증시의 신데렐라는 제일모직이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頂點)에 있는 종목답게 상장 첫날인 지난 18일부터 투자자들의 뭉칫돈이 몰렸다. 공모 과정에서 충분한 물량을 배정받지 못한 기관이 외국인과 개인의 매물을 좀 더 주고라도 사들이려고 노력한 결과다. 제일모직의 시초가는 공모가(5만3000원)의 두 배인 10만6000원에 달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주가는 올라 현재 13만원 안팎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목표주가보다 20% 이상 더 올랐다.

제일모직을 필두로 한 그룹 구조개편주가 지지부진한 증시의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 경영권 승계 등을 목적으로 그룹 구조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기업 가치가 올라가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나타난 결과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그룹 구조개편주의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 기업에 주어지는 세제 혜택이 2015년 말로 끝나는 만큼 다른 그룹사들도 일제히 지배구조에 손을 댈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지주회사 전환 기업들은 주식 현물 출자나 교환으로 발생하는 양도세와 법인세 과세 시기가 뒤로 미뤄진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목적은 후계자가 다수 지분을 갖는 지주회사 체계 구축이다. 하지만 이런 체계를 갖추기 전까지 여러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삼성그룹의 경우 제일모직, 삼성SDS처럼 오너 3세가 다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 계열사가 새롭게 상장했다. 사업 영역이 겹치는 계열사들의 통폐합, 비주력 계열사 매각 작업도 이뤄졌다. 향후 인적 분할, 주식 스와프(교환) 등 주가를 움직일 수 있는 다른 이벤트들이 발생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본격적인 3세 승계 시점을 맞아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준비하는 그룹사가 많다”며 “현대자동차 등 다른 그룹사의 지배구조 핵심주들도 시장의 관심을 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립리서치 올라FN의 강관우 대표도 “후계자의 지분이 집중된 그룹 구조개편 핵심주들은 이익이나 자산 규모에 비해 주가가 높게 형성된다”며 “손을 덜 탄 그룹 구조개편주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한층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