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경찰 재취업 1번지는 보험사 'SIU'
보험회사가 전직 경찰관들의 재취업 1번지로 떠오르고 있다. 보험사들이 보험사기 수사를 위해 ‘보험사기조사 전담팀(SIU·special investigation unit)’을 운영하면서 SIU로 전직 경찰들이 합류하고 있어서다. 보험사들의 자체 조사 역량이 높아지면서 보험사기 적발 건수가 높아지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이다.

33개 보험사 500여명 근무

LIG손해보험은 올해 경찰관 2명을 SIU로 영입했다. SIU 신입직원 공개채용 소식에 20여명의 경찰관이 응모했지만 낙점받은 사람은 두 명뿐이었다.

어느 직종이라도 마찬가지지만 경찰관들도 퇴직 후 자리를 옮길 곳이 마땅치 않다. 보험회사들이 운영하는 SIU가 재취업 1순위로 떠오르는 이유다. 오랜 경찰 경험으로 쌓은 전문성도 살릴 수 있고, 실적에 따라 차이는 나지만 급여도 공무원 시절보다 훨씬 낫다는 평가다.

보험사들은 약 20년 전부터 자체적으로 보험사기를 전담 조사하는 SIU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화재가 1996년 처음 도입했고, 이후 현대해상(1997년), 동부화재(1998년) 등으로 확산됐다. 현재 33곳의 국내 보험사 SIU에 몸담고 있는 전직 경찰관은 500여명으로, 보험사별로 20~70여명 규모다. 지능화·조직화되는 보험사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경찰관 영입이 필수적이란 게 보험사들의 설명이다.

경찰관들의 SIU 선호는 데이터로도 입증된다.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최근 경찰청에서 받은 ‘총경 이하 직원 퇴직 후 재취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6년간 73명의 경찰관이 퇴직 후 민간 보험사에 재취업했다. 지난 6년간 경찰 퇴직 후 재취직한 172명 중 42.4%가 보험회사를 새출발 장소로 택한 것이다. 2011년에는 재취업한 경찰 27명 중 17명(63%)이 보험사로 이동했다. 이후에도 2012년 14명, 2013년 10명, 2014년 8명 등 경찰의 보험사행은 계속되고 있다.

수사기관 유기적 협조 강점

경찰관들의 풍부한 경험과 수사력은 보험사기 방지에 기여하고 있다. 신종 보험사기를 잡아내는 감이 우수한 데다, 혐의 발견 시 수사기관과의 협조가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특히 최근 늘고 있는 해외 보험사기 조사에서도 SIU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한 보험사 SIU 팀장은 최근 필리핀 현지조사를 통해 ‘구토물에 의한 질식사’로 위장해 상해사망 보험금을 타내려 한 일가족을 적발했다. 3개 보험사에서 6억원에 가까운 상해사망보험금이 청구된 것을 보고 보험사기임을 직감하고 현장으로 날아가 조사한 결과였다. 부검의를 통해 사망 원인이 질식사가 아닌 ‘뇌졸중에 의한 질병 사망’임을 확인한 것이다.

보험회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해외 보험사기는 조사가 어려워 적발이 힘들었지만 SIU 제도가 자리잡으면서 적발 사례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법적 조사권 없어…부작용 속출

SIU가 활성화되자 수사 범위와 권한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법적으로 보장된 조사권이 없고, 소속 보험회사 외의 사기 관련자 조회가 불가능하다 보니 편법을 동원하는 일도 생기고 있어서다. 몇 년 전 한 대형 보험사는 경찰 수사 자료를 빼돌린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렀다.

일부 SIU 소속 전직 경찰들은 과거 경찰 인맥을 통해 정보를 얻거나 조사할 때 소비자를 범죄자 다루듯 압박하기도 한다.

한 SIU 소속 전직 경찰은 “미국에서는 SIU에 각종 범죄정보 접근권은 물론이고, 권총 휴대도 허용하고 있다”며 “보험사기 근절을 위해 민관 공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지훈/고재연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