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왼쪽)와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28일 예산국회 정상화를 위한 협상을 한 뒤 각각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왼쪽)와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28일 예산국회 정상화를 위한 협상을 한 뒤 각각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논란이 벌어진 담뱃세 및 법인세 문제와 누리과정 국고 우회 지원에 따른 교육부 예산 증액 규모 등에 대해 28일 일괄 타결했다. 담뱃값은 새누리당이 요구한 대로 2000원 인상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법인세 인상은 새누리당의 강한 반대로 논의에서 제외한 대신 새정치민주연합 요구대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등 비과세·감면 범위를 축소하기로 했다. 누리과정 예산 증액 문제는 야당 주장대로 ‘내년 순증분’에 대해 지원하기로 합의하는 등 여야가 ‘빅딜’을 통해 막판 타협을 이뤄냈다. 새누리당은 누리과정 국고 지원을 약속하고, 새정치연합은 법인세율 인상 주장에서 물러서는 ‘주고받기’로 예산정국이 파행을 면하게 됐다.

◆담뱃세에 개별소비세 신설

담뱃세 인상과 관련, 여야 원내지도부는 당초 새누리당 제시안대로 담뱃세에 국세인 개별소비세를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대신 새정치연합 요구에 따라 개별소비세액의 20%를 지방에 교부하는 소방안전교부세로 돌리기로 했다.

담뱃값 인상 폭과 관련해선 1500원을 고수해온 새정치연합이 결국 2000원을 주장한 정부·여당안을 받아들였다. 새정치연합 원내지도부가 여야 합의 사항을 보고하기 위해 연 의원총회에선 담뱃값 2000원 인상과 관련, 찬반이 분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어쩔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며 “절대 인상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다수가 합의를 깨지 말라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방세 성격이 강한 담뱃세에 국세를 포함시킬 수 없다고 강하게 반대해온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정청래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날 “여야 원내대표단이 무리하게 정한 담뱃값 2000원 인상에 따르지 않겠다”며 안행위 법안심사소위원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비과세·감면 축소로 5000억 확보

새정치연합이 주장한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대기업에 대한 세액공제·비과세 감면 축소 △법인세 최저한세율 인상 등 3대 패키지 가운데 새누리당은 비과세 감면 대상 축소만 받아들였다.

법인세 최고세율과 최저한세율 인상과 관련해선 새누리당이 줄기차게 반대해 논의 대상에 올리지 않았다. 대신 여야는 대기업의 고용창출투자 세액공제의 기본공제를 폐지하고 대기업 연구개발(R&D) 세액공제의 당기분 공제율을 낮추기로 했다.

이와 관련,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대기업의 비과세·감면 대상 항목 일부가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각각 1%포인트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전체 비과세의 12%가량인 약 5000억원 예산을 확보하게 됐다.

◆누리 예산 규모 추후 산정

누리과정 예산 편성에 따른 세부적 예산 지원 규모도 마무리됐다. 그동안 새정치연합은 정기국회 보이콧까지 선언하며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 순증분 5233억원을 중앙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여당은 ‘2000억~3000억원+α’ 규모로 정해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새누리당은 예산 순증분에 대해서 지원해주는 쪽으로 한발 물러나는 대신 구체적인 액수를 명기하지 않고 향후 산정되는 순증액 규모에 따르기로 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야당은 액수를 넣자고 주장했지만 우리는 액수는 표기하지 말고 ‘순증액’으로 마무리짓자고 했다”며 “야당이 밝힌 순증액 규모는 정확한 게 아니기 때문에 순증액 산정 추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도 “순증분이 얼마인지는 (여야 간) 약간씩 미세하게 차이가 있고 추계에 따라 다르다”며 “내년 신규 편입되는 예산의 순증분(5000억원대)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야는 한·호주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도 내달 2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비준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한·호주 FTA는 일본이 호주와 맺은 FTA보다 석 달 빨리 발효된다.

은정진/고재연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