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대형승용 시장 커졌는데 … 역주행하던 기아차 K9 살아날까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K9 신차 발표회(2012년 5월)를 직접 주관한 이후 출퇴근용 차량으로 K9을 이용하는 등 신차에 애정을 쏟아부었다. 시장 반응은 냉냉했다. 제네시스에 밀리는 제품 인지도와 높은 가격이 발목을 잡았다.
기아차는 지난 17일 부분변경 모델 '더뉴 K9'을 출시했다. 상품 변경에 힘입어 주춤하던 K9 판매가 살아날지 주목된다. ◆ 8기통 5.0 심장 얹은 'K9 퀀텀'
가장 큰 변화는 에쿠스급 8기통 5000cc 엔진을 얹은 'K9 퀀텀(QUANTUM)'의 가세다. 기아차는 에쿠스와 제네시스 중간급으로 평가받던 K9의 상품성 강화 목적으로 최대 425마력짜리 고성능 모델을 내놨다. 모델 수 다양화로 선택 폭을 늘린 것. 3.3 및 3.8 두 종류에서 5.0 모델까지 세분화했다.
3.3 주력 모델 가격은 260만 원 내렸다. 5.0 퀀텀(8620만 원)은 최고급 에쿠스보다 2500만 원 싸게 책정했다. 외관은 기존 가로바 형태에서 크롬 재질이 보강된 메쉬(다이아몬드형) 형태로 변화를 줬다. 차량 무선인터넷 서비스인 유보(UVO) 2.0 시스템을 전 트림에 기본 장착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상품성을 개선하고 합리적인 사양 조정을 통해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10월까지 K9은 3714대 팔려 전년 동기보다 17.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에쿠스 판매(7577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K9 퀀텀의 등장은 연말 주요 기업의 정기인사를 앞두고 법인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기아차의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김창식 기아차 부사장은 "내년에 연간 6000대의 K9을 판매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 대형시장 강세, K9 두 번째 도전
국산 대형 승용차 시장은 제네시스 등 일부 차종의 신차 효과로 판매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올 1~10월까지 그랜저급 이상 대형 세단의 판매량은 14만315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0.3% 증가했다.
대형 세단 시장이 커진 배경에는 과거 중형차를 타던 수요층이 그랜저로 옮겨간 것이 일부 작용했다. 그랜저는 올 10개월 간 7만3000여대 팔려 단일차종 판매 3위를 달린다.
그랜저에 이어 신형 모델로 바뀐 제네시스도 대형차급 시장을 키웠다. 제네시스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3만1227대 팔려 전년 대비 3배 늘었다. 후발주자인 한국GM의 알페온과 르노삼성 SM7도 성장세다. 알페온은 K9보다 많은 4000여대 팔려 전년 대비 29% 증가했고 SM7은 신모델 교체와 함께 50% 늘었다.
대형 승용 시장은 현대차가 그랜저 윗급으로 내놓은 아슬란의 가세로 더욱 커질 조짐이다. 기아차 입장에선 상품성을 높인 K9 마이너 체인지로 돌파구를 찾아야 할 시점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기아 고급세단이던 오피러스는 에쿠스를 잡고 1위에 올랐지만 K9은 브랜드 정체성과 판매 모두 놓쳤다" 며 "이번 디자인 변화가 K9의 방향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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