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와 삼성전자 등 전자 대기업이 글로벌 기업과 잇따라 특허 공유(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다. 소모적인 특허 다툼으로 사업이 차질을 빚는 일을 막고, 상호 협력을 통해 정보기술(IT) 및 가전의 융·복합화 흐름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LG-구글 손잡았다…10년간 특허 포괄공유
LG전자는 구글과 기존에 갖고 있던 특허뿐 아니라 앞으로 10년간 출원하는 특허까지 서로 공유하기로 하는 내용의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5일 발표했다.

LG전자 관계자는 “4세대 이동통신인 LTE 분야 특허에서 세계 최강으로 평가받는 LG와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구글의 협력은 시너지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LG는 앞서 소니와 포괄적인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LG전자와 LG이노텍은 독일 오스람과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관련 특허에 대한 3자 간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도 다양한 글로벌 IT 기업과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올초에는 구글, 시스코, 에릭슨 등과 한꺼번에 계약을 맺었다. 국내에서도 SK하이닉스와 반도체 관련 특허 공유를 하고 있고, 인텔렉추얼벤처스처럼 특허기술을 사들여 로열티를 챙기는 ‘특허 괴물’들과도 협약을 맺었다.

글로벌 기업들이 특허 분야에서 잇따라 손을 잡는 이유는 한번 특허 분쟁이 발생하면 피해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이어진 삼성과 애플의 특허 전쟁이 대표적 사례다. 두 회사는 2011년부터 3년 넘게 수조원의 돈을 들여가며 법정 싸움을 벌이다 지난 8월에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합의로 미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소송을 철회했다. 특허 다툼에 따른 출혈로 양사 모두 피해자가 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융·복합 시대에 들어서면서 자신만의 특허로 제품을 만들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도 기업들이 특허를 공유하는 이유다.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IoT) 기기에는 다양한 기술이 섞여 있는데, 제품 하나를 개발할 때마다 서로 특허 침해 여부를 확인하고 비용을 정산하면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정작 삼성과 LG는 서로의 특허를 공유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1년 넘게 크로스 라이선스를 위한 협상을 하고 있으나 별다른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의 매서운 추격을 뿌리치려면 한국 기업끼리도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