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3D페어] "중국과 판타지영화 합작 추진"
“저작권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과 판타지 영화를 합작하려고 협의 중입니다. 중국 영화계에서 컴퓨터그래픽(CG) 작업을 수주하는 것만으로는 한계를 느끼거든요. 중국 영화시장에는 할리우드 시각효과 업체들이 잇따라 진출하고 있어요. 우리 회사도 현지화를 위해 현지법인을 세웠고,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부산 벡스코에서 20일 개막한 월드3D페어에 참가한 유희정 넥스트비쥬얼스튜디오 대표(44·사진)는 CG와 3D(3차원) 영상 등 시각효과(VFX) 작업으로 중국에 진출한 1세대 콘텐츠 리더다. 국내에서 200여편을 제작한 경험을 바탕으로 2006년부터 중국 영화 10편의 시각효과 작업을 해냈다. CG와 3D 부문의 수출 실적을 인정받아 2012년 수출공헌 부문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한국 영화 ‘포화 속으로’ ‘황해’ ‘메이크유어무브’, 드라마 ‘아이리스’, 중국 영화 ‘삼국지:용의부활’ ‘백사전설’ ‘초한지:천하대전’ 등이 대표작이다. 유 대표는 현재 중국 블록버스터 시대극 ‘무문서동’과 사극 ‘헌원대제’의 시각효과 작업을 하고 있다. “중국 영화시장은 시각효과 부문에서 소재가 다양합니다. 총이 등장하는 수사극이나 범죄영화를 만들지 못하도록 하니까, 판타지나 전쟁영화들을 제작하거든요. 200억~300억원 규모의 제작비 중 20~30%는 CG 작업에 들어갑니다. 저희를 비롯한 한국 CG업체들은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성실성에서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대부분 소규모였던 시각효과 업체들은 4년 전부터 대형화하면서 고난도 기술과 작업관리 능력, 해외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도 등을 갖췄다. 이 때문에 최근 중국 자본들이 협업이나 인수 제안을 해오면서 국내 업체 간 과당 경쟁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 기업 간에 가격경쟁이 일어나고, 경쟁 회사에 대해 근거 없이 비방하는 행위도 일어나고 있어요. 과열경쟁은 분명히 한국 기업의 발목을 잡는 요인입니다. 우리가 경쟁해야 할 상대는 한국의 동종기업이 아니라 중국에 진출한 할리우드 CG 기업과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CG 기업들이거든요.”

유 대표는 “한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으로 제 살을 깎아 먹지 말고 자체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을 품고 대등하게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 업체들은 기술 개발에 자체적으로 많은 자금을 투입하는 바람에 자금 압박을 받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수십년간 축적한 기술력을 헐값에 넘기지 않도록 하려면 정부가 지분 방어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거나 투자해주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해외 진출 기업들의 공동 마케팅 비용이나 현지화에 필요한 사무 공간, 법률지원 등 실질적인 지원책이 요구됩니다.”

유 대표는 1993년 수원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조감독으로 5년간 활동하면서 동국대 영상대학원 석사과정도 마쳤다. 시각효과 부문으로 진로를 수정해 2002년 회사를 설립했다. 장편 판타지 영화를 중국과 합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