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아닌 쥐떼 습격…한강변 아파트 '몸살'
최근 서울 한강변의 한 고급 아파트 단지에서 쥐떼가 연이어 출몰하면서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2000년대 후반부터 한강에 생태공원이 잇달아 조성되면서 늘어난 쥐떼가 인근 아파트 단지까지 옮겨간 것이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소재 한 아파트는 지난달 17일부터 단지 내 전 지역에 대대적으로 쥐약을 뿌렸다. 이 아파트는 전용면적 111㎡(약 33평)가 9억~10억원에 거래되는 잠실권의 대표적 주거단지지만 최근 들어 쥐가 대낮에도 돌아다닌다는 게 지역 주민들의 설명이다. 한 주민은 “현관을 나서면 정원과 쓰레기장은 물론 놀이터 주변마저 쥐가 들끓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달 초 낮에 현관을 나서려던 주부가 쥐에 물려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쥐에게 물리면 두통과 고열, 구토 등에 시달릴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이 아파트에서 진행된 쥐잡기 운동은 동물보호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쥐약을 먹은 쥐를 길고양이들이 먹고 죽는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동물보호단체는 구청과 아파트 관리소에 집단적으로 민원을 제기했고, 관리소 측은 지하주차장과 하수구 등 제한된 장소에서만 쥐약을 뿌리는 방식으로 계획을 축소했다.

이 아파트뿐만 아니라 여의도 등 한강공원과 인접한 아파트 단지에선 몇 년 전부터 쥐가 출몰한다는 신고가 잇달아 구청 및 관리사무소에 접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강 둔치에 서식하는 쥐떼가 주택가로 유입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강공원은 쥐가 몸을 피할 수 있는 제방틈과 잡초, 생존에 중요한 물이 풍부하기 때문에 서식 조건이 매우 좋다. 게다가 사람들이 버리고 간 음식물 쓰레기 등 먹이도 풍부하고, 천적이 없어 개체 수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한강공원엔 삵이나 부엉이, 야생 고양이 등 쥐의 천적이 서식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서울시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강공원에 쥐약을 설치할 경우 동물보호단체의 반발이 예상되는 데다 한강공원에 시민들이 데리고 온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이 쥐약을 먹을 수도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강경민/윤희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