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부지] 삼성전자, 한전 부지 입찰가 얼마 썼을까 … 7~8조원 관측도
[ 김민성 기자 ] 삼성전자는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기술(한전) 입찰가로 얼마를 써냈을까.

18일 현대차그룹이 한전 부지를 10조5500억 원 최고가로 낙찰받자 경쟁을 벌였던 삼성전자 입찰 액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 및 증권가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4~5조 원대를 제시했을 것이란 추정을 하고 있다. 일각에선 7~8조원 대를 썼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및 삼성그룹은 현재 공식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10조 원이 넘는 입찰가를 제시한 현대차의 행보가 다소 의외라는 반응도 나온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아쉽다"는 짧은 반응만 밝혔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날 "합리적인 경영 판단으로 입찰가액을 산정했고,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의 경영 스타일 상 무리한 가격 경쟁에 뛰어들지는 않았을 것" 이라며 "현대차와의 가격차가 꽤 났던 것으로 안다"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전날 오전 이사회를 개최하지 않고 사내이사만 참석하는 경영위원회를 열어 입찰 참여를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위원회에서도 정확한 입찰 금액은 밝히지 않고, 금액 범위만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삼성그룹 여타 계열사와 컨소시엄 형태의 공동 입찰을 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단독 입찰을 택했다. 사실상 삼성그룹 후계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계열사 단독 입찰을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대규모 투자 사안인만큼 후속 대응에도 더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다.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기술 본사 부지 모습/한전 제공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기술 본사 부지 모습/한전 제공
삼성이 이처럼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이유는 최고가 낙찰 인수전의 최대 함정으로 불리는 '승자의 저주'를 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자칫 경쟁 상대를 낙찰가 및 기싸움 측면에서 자극하다가 낙찰가만 오히려 부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낙찰가 4조 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현대차는 10조 원이 넘는 가격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오히려 "거액 낙찰가를 피한 삼성전자는 체면 외에 잃은 것이 없다"는 실리 중시 해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한전 부지 매입을 통해 강남역과 테헤란로, 삼성동을 한국 정보기술(IT) 허브 벨트로 재탄생시킨다는 구상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본사가 입주해있는 서초동 본관과 한국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인근 테헤란로, 삼성동에 신축할 IT 연구개발(R&D) 센터를 아우르는 구상이었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