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제2롯데월드 저층부 상업시설 3개동의 임시사용 승인을 또다시 보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추석연휴를 포함한 열흘간 프리오픈(pre-open)을 통해 시민들이 건물을 둘러보게 한 뒤 최종 승인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롯데 측이 제출한 82개 안전·교통분야 보완서는 ‘적합’하다고 판정했다. 서울시 스스로 안전하고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면서 아직 불안해하는 ‘시민’이 있다는 이유로 승인을 미룬 셈이다. 이에 따라 제2롯데월드는 추석 전 개장이 물 건너갔고, 석 달째 개장 지연으로 롯데 측은 물론 1000여 입점업체와 6000여 종사자들은 빈손으로 추석을 보내게 생겼다.

물론 안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가치다. 인근 싱크홀 발생, 석촌호수 수위 저하로 인해 막연하게라도 불안하다는 주민이 적지 않다. 하지만 서울시가 프리오픈이라는 희한한 절차를 끼워넣어 행정판단을 미루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프리오픈이란 것도 텅 빈 건물을 시민들에게 견학시키는 수준이다. 그 ‘시민’으로는 누가 선발돼 구경에 나설 것인가. 상품을 모두 진열하고 개점 리허설 수준으로 진행하는 백화점의 프리오픈과도 거리가 멀다. 이미 전문가 23명의 자문단이 안전하다고 판단했고, 시민 4만명이 둘러본 건물을 몇천 명에게 더 보여준들 무엇을 더 확인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면피성 꼼수요 보신주의요 책임 회피다.

서울시가 제2롯데월드 승인문제를 놓고 보여온 행태는 심히 유감스럽다. 인구 1000만 메트로시티의 행정은 복잡다단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전문 행정기구를 두어 시장을 선출하고 공무원을 고용하며, 법에 따라 행정을 집행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 서울시가 구체적이지도 않은 시민이란 단어를 핑계삼아 행정 판단과 집행을 미루는 것은 직무유기다. 안전이 문제라면 불허하고, 안전하다고 판정했으면 승인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좀 골치 아프다 싶으면 시민을 들먹인다. 전문행정이 아니라 인민자치를 하자는 것인가. 그렇게 자신이 없다면 아예 공직을 그만두는 게 낫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