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도심의 복합단지 메구로가조엔(사진 안은 내부 모습).
도쿄 도심의 복합단지 메구로가조엔(사진 안은 내부 모습).
일본 도쿄에 있는 복합단지 ‘메구로가조엔(目黑雅敍園)’. 지난달 29일 일본 부동산투자회사 모리트러스트그룹은 결혼식장, 연회장, 사무실 등 5개 건물로 이뤄진 이 부동산을 미국 사모투자펀드 론스타로부터 1300억엔(약 1조3000억원)에 사들였다. 론스타가 처음 입찰에 부쳤을 때만 해도 1000억엔 수준이었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이 뛰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하라다 도모히로 모리트러스트 홍보부장은 너무 비싼 값에 매입한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계속해서 보유한다고 할 때 시장 가치가 충분한 부동산”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1000억엔대 거래 이어져

[특파원 리포트] 1000억엔대 빌딩 속속 거래…다시 꿈틀대는 도쿄 부동산
도쿄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도쿄 도심 내 1000억엔 이상 부동산의 거래가 잇달아 성사되고 있다. 싱가포르투자청(GIC)도 도쿄역 앞 대형 빌딩인 ‘퍼시픽센추리플레이스마루노우치’ 인수를 위한 최종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인수금액은 1700억엔 전후로 알려졌다. 지난 3월에는 프랑스 보험회사 악사그룹이 대형복합빌딩인 ‘나가노센트럴파크’를 1845억엔에 사들였다.

300억엔 이상 오피스빌딩이나 호텔 등의 거래도 활발하다. 미즈호신탁은행 계열 도시미래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상장사 부동산거래액은 2조5000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반기 기준으론 최대였다. 2013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 전체 거래액도 4조6000억엔으로 전년 대비 70%나 증가했다. 하라다 부장은 “엔화 약세에다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수요도 꾸준해 도심 부동산 거래가 활발하다”며 “좋은 물건이 있을 때마다 인수를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외국계의 부동산 투자도 크게 늘었다. 글로벌 부동산투자관리업체 존스랑라살(JLL)에 따르면 올 1분기 외국인의 일본 부동산투자액은 1조2540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5% 증가했다. 현재 협상을 진행 중인 GIC뿐 아니라 카타르 국부펀드인 카타르투자청, 아제르바이잔 국영 석유기금(SOFAZ) 등 국부펀드들도 대형 빌딩 인수 후보자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부동산 투자회사 안젤로고든앤드코 존 다나카 이사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해외 바이어들이 도쿄 부동산에서 열심히 투자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료 7개월째 상승

도쿄 도심 부동산이 들썩이는 이유는 안정적인 임대수익(운용수익)을 얻을 수 있는 데다 싼 이자로 자금조달이 가능한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쿄 도심 내 사무빌딩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대규모 신규 빌딩 공급은 2020년 전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무실중개업체인 미키상사에 따르면 7월 말 도쿄 도심 5개구의 빌딩 공실률은 6.20%로, 전달보다 0.25%포인트 떨어졌다. 13개월 연속 하락세다. 3.3㎡당 평균임대료는 전달보다 56엔 상승한 1만6663엔으로, 7개월째 올랐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2012년 12월 아베 정부 출범 후 부동산 가격이 20%가량 뛰었지만 임대료 상승으로 높은 수익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은행의 양적완화 영향으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0.5% 아래로 떨어졌다. 자금조달 여건이 양호해 돈을 빌려 부동산을 사도 비교적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특파원 리포트] 1000억엔대 빌딩 속속 거래…다시 꿈틀대는 도쿄 부동산
하지만 일본 내 모든 부동산이 달아오른 건 아니다. 일본 내 빈집은 지난해 말 820만호로 5년 전에 비해 63만호 증가했다. 인구감소 등으로 사는 사람이 없어 그냥 버려진 집들이다. 소비세 인상 여파로 신규주택착공도 줄고 있다. 7월의 신규주택착공 건수는 7만2880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14.1% 감소했다.

도쿄=서정환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