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인물] '불멸의 魔力' 에바 페론
‘에비타’라는 애칭으로 잘 알려진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 부인 에바 페론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살다 갔다. 그는 1919년 팜파스 내 작은 빈민 마을에서 사생아로 태어났다. 자신을 돌보지 않는 아버지를 원망하며, 삶을 역전시킬 화려한 배우가 되길 꿈꿨다. 15세에 가출해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로 향했다.

자신의 미모를 이용해 많은 인맥을 쌓았다. 모델로 시작해 배우로 영역을 넓혔고 1940년 들어 ‘국민 스타’가 됐다. 1944년 대지진을 수습하던 노동부 장관 후안 페론과 만났다. 그는 에바의 아름다움을 보고 한눈에 빠져들었다. 권력과 돈을 갈구하며 늘 최상류층을 꿈꿨던 에바도 그를 놓칠 수 없었다. 둘은 1945년 결혼했고 이듬해 대선에서 후안 페론은 에바의 폭발적 인기를 업고 당선됐다.

에바의 매력과 열정적이고 확신에 찬 연설은 외국자본 추방, 노동자 권익 향상 등 포퓰리즘을 가속시켰다.

감히 대적할 수 없는 인기에 비판 세력은 자취를 감췄고 국가 재정은 파탄 나기 시작했다. 에바는 자궁암에 걸려 투병하다 1952년 세상을 떠났다. 그의 사후 인플레이션, 실업 등이 심각해지자 후안 페론은 쿠데타로 쫓겨났다. 그러나 아직도 아르헨티나 대중은 에바 페론을 ‘노동자와 빈민을 위한 천사’라며 그리워하고 있다. 국가경제 파탄의 장본인이란 시각마저 덮어버린, 한 여성의 ‘불멸의 마력(魔力)’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