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미국 통신반도체 업체 퀄컴에 대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퀄컴은 최대 12억달러가량의 벌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증권시보에 따르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퀄컴이 중국 휴대폰 제조업체들에 칩셋을 파는 과정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 고가의 특허사용료를 물렸다는 결론을 내부적으로 도출했다. 이 신문은 “스티브 몰렌코프 퀄컴 최고경영자가 이번주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정부의 조사를 받았다”며 “NDRC는 80명의 조사 인력을 동원해 대량의 자료를 이미 확보했다”고 전했다. 증권시보는 그러나 “퀄컴에 대해 어떤 제재를 내릴지는 현재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중국의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퀄컴이 휴대폰 칩셋을 파는 과정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중국시장에서 더 높은 로열티를 물리고 있다”고 진정서를 제출해 시작됐다. 중국 주요 휴대폰 제조업체인 화웨이 ZTE 등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0.5%에 불과한데도 퀄컴에는 휴대폰 판매 가격의 5%에 달하는 특허사용료를 지급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반독점법에 따르면 정부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기업에 직전연도 매출의 최대 10%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끝난 회계연도 기준 퀄컴이 중국에서 올린 매출이 123억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퀄컴은 이번 사건으로 최대 12억3000만달러(약 1조3190억원)의 벌금을 낼 수도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그러나 중국 정부가 퀄컴에 과도한 벌금을 매길 경우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들을 상대로 보복 조치에 나설 수 있는 만큼 NDRC가 법정 최고액을 벌금으로 부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