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낮잠 1시간씩 자라"…서울시의 파격실험
서울시가 다음달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점심시간 이후 최대 1시간의 낮잠시간을 운영한다.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등 지중해 연안 국가에서 시행하는 시에스타(siesta)를 벤치마킹해 낮잠시간을 공식적으로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점심시간 이후인 오후 1시부터 6시 사이에 낮잠을 희망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최대 1시간까지 낮잠시간을 허용하기로 했다”며 “다음달 1일부터 신청자를 대상으로 시행할 방침”이라고 16일 밝혔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통틀어 직원들의 낮잠시간을 보장하기로 한 건 서울시가 처음이다. 민간 기업에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파격적인 실험이다.

지금은 직원들이 점심시간을 활용해 사무실 의자에 기대거나 책상에 엎드려 낮잠을 자고 있다. 정식으로 낮잠시간이 허용되지 않아 편안한 휴식을 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청사 내 소파, 온돌마루 등을 갖춘 직원 휴게공간이 마련돼 있지만 근무시간 중 휴식이 허용되지 않아 이용률이 낮다.

서울시는 낮잠시간을 최소 30분에서 최대 1시간 운영할 방침이다. 낮잠을 희망하는 직원들은 출근 뒤 부서장에게 신청하면 된다. 특별한 불가 사유가 없는 한 부서장들은 승인해야 한다. 대신 하루 8시간 법정시간을 준수하기 위해 오전 또는 오후에 낮잠시간만큼 추가 근무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낮잠 1시간을 사용했을 경우 정식 근무시간인 오전 9시~오후 6시 앞뒤로 1시간 연장 근무를 하면 된다.

직원들은 청사 내 설치된 직원 휴게공간과 회의실 등 실·국별 여유공간을 활용해 낮잠을 잘 수 있다. 김기봉 서울시 성과관리팀장은 “직원들이 낮잠을 잘 수 있는 휴게공간이 여전히 부족하다”며 “내년도 예산을 확보해 청사 여유공간에 휴게공간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이 같은 방침에 직원들의 반응은 갈린다. 한 직원은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쉴 수 있도록 정식으로 낮잠시간이 보장되면 업무 능률도 오를 것”이라고 환영했다. 반면 다른 직원은 “지금도 점심시간에 낮잠을 잘 수 있는데 굳이 연장근무를 하면서까지 낮잠시간을 신청할 직원은 많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서울시의 이 같은 실험이 오히려 공무원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