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경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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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구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김명수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고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사진)를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했다. 황 후보자는 학계 활동이나 교육계 경력이 없지만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오래 활동한 점이 감안된 것으로 풀이된다.

황 후보자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일각에선 ‘돌고 돌아 또 정치인’이란 비판이 흘러나온다. 우선 교육 분야 전문성 부족이 걸림돌이다. 인사청문회 통과에 급급한 인선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반면 전교조의 법외노조 문제, 진보 교육감들과의 협력 등 당면 사안이 쌓여있는 만큼 정치력을 발휘해 풀어나갈 수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여당 대표까지 지낸 분이 장관으로 투입되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다” 며 “부총리급이라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으나 교육을 이끌어 갈 훌륭한 분이 많은데 굳이 정치인을 발탁한 건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교조의 법외노조 문제, 대학 구조조정 등 현재 교육계의 가장 큰 이슈가 소통 부재” 라며 “정치적 접근과 판단으로만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자칫 정치인 출신 수장 내정으로 더 큰 혼선이 일어날 여지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도 “교육 정책과 비전보다는 일단 인사청문회 통과를 우선한 인선” 이라며 “지금이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위기이자 전환기인데, 첨예한 사안인 대학 구조조정 문제를 제대로 된 방향으로 이끌어 갈 적임자는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다만 황 후보자가 그동안 국회 교육위에서 오래 활동했기 때문에 교육 관련 쟁점을 논의해 여야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는 장점이 있을 것” 이라고 전제한 뒤 “정치인 출신 장관의 장단점이 있겠지만 교육 현안의 심각성을 인식해 소통을 통해 풀어갈 만한 만족스러운 인사는 아니다”라고 평했다.

황 후보자가 원만한 성품과 함께 정치력을 지닌 중량감 있는 인사란 점에서 기대를 거는 분위기도 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국회 교육위원장을 맡았을 당시 여러 사안을 원만히 처리한 것으로 안다. (황 후보자는) 김명수 후보자에 비해 지나치게 보수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잘 이끌어갈 수 있는 인사” 라고 평가하며 “황 후보자 자신이 교육 전문가는 아니지만 차관급과 관료들이 세세한 부분을 잘 받쳐주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 교수는 이어 “교육엔 좌우가 없다. 소모적 논쟁이 길어지면 피해를 보는 건 결국 학교 현장과 학생들” 이라며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오히려 중진 정치인인 황 후보자가 얽히고설킨 교육 현안에 ‘좋은 의미에서의 정치력’을 발휘하는 적임자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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