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태 퍼시스 사장은 지난 20일 서울 오금동 본사 전시장에서 “현재 4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는 퍼시스는 올해 5500만달러(약 560억원)를 수출할 계획”이라며 “2017년까지 수출 1억달러(약 1020억원)를 목표로 잡았다”고 말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이종태 퍼시스 사장은 지난 20일 서울 오금동 본사 전시장에서 “현재 4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는 퍼시스는 올해 5500만달러(약 560억원)를 수출할 계획”이라며 “2017년까지 수출 1억달러(약 1020억원)를 목표로 잡았다”고 말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퍼시스의 원칙은 딱 한 가지입니다. 가격 때문에 품질을 포기하는 일은 없다는 것입니다. 그게 지금까지 퍼시스를 이끌어온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종태 퍼시스 사장은 사무가구 1위 자리를 유지하는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무조건 입찰을 따내기 위해 입찰가를 최저가로 책정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예전에는 무조건 낮은 가격을 부르는 업체 가구를 구입하는 회사도 많았지만 지금은 사무 환경의 중요성을 잘 알기 때문에 입찰 자체를 품평회로 생각하는 곳이 많다”며 “이것이 퍼시스가 꾸준히 업계 선두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오금동 본사 뒤편 전시장(쇼룸)에서 만난 이 사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중시하는 고객사에는 이곳 쇼룸에서 우리 제품을 보여주면서 우수성과 기능을 체험해보게 한다”며 “단순히 가구를 바꾸는 게 아니라 사무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설득하다보면 대부분 마음을 바꾼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입사 초창기엔 저도 ‘책상만 잘 팔면 됐지 무슨 사무공간 개선이냐’고 생각했다”며 “결국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남과 차별화된 서비스와 제품,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걸 몸소 체험했고 그것이 퍼시스가 전문가를 키우고 교육에 집중하게 된 계기”라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퍼시스가 오는 9월 야심작으로 선보일 의자 ‘플라이트’도 사무환경 개선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해온 결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좀 더 편하게 효율적으로 근무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기 때문에 앉는 사람의 체중을 스스로 감지해 뒤로 젖혀지는 정도를 조절하는 틸팅 기술을 적용했다”며 “등판에는 가볍고 유연한 신소재를 덧대 마치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년께 선보일 ‘T80’ 의자는 독일의 ITO디자인스튜디오와 공동으로 개발 중인데 마치 독일의 중대형 세단 자동차처럼 묵직하면서 편안한 기능과 디자인을 동시에 갖춘 신제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퍼시스가 ‘100% 국내 생산’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멀리 보면 꾸준하게 안정적으로 대량 구매가 가능한 국내 생산을 고수하는 것이 오히려 원가를 절감할 수 있고 브랜드 이미지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그는 “원가 경쟁력으로는 중국을 이길 수 있고 디자인과 품질 면에서는 유럽을 능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극중월구’(克中越區) 정신으로 제조 역량을 키워왔다”며 “바이어들이 퍼시스 공장에 한 번 다녀가면 바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생산시설의 규모와 품질관리 면에서는 자신 있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기업용 가구를 판매하는 퍼시스 입장에서는 ‘국내 1위 사무가구’ 자리에 안주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수요를 넓히려면 해외시장 개척이 필요하다. 이 사장은 “지금까지는 중동, 중남미 지역 위주로 총 40여개국에 수출해왔는데 앞으로 일본, 유럽, 북미, 중국 등으로 시장을 더 확대할 예정”이라며 “올해 5500만달러(약 560억원)의 수출을 달성하고 2017년까지 ‘수출 1억달러(약 1020억원)’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글로벌 전문기업 육성 프로그램’의 후보기업으로 가구 업계에선 처음으로 선정된 것 역시 ‘수출 1억달러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 사장은 “이번 육성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사업 전반에 걸쳐 전략을 재점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개인을 대상으로 한 사업도 강화할 예정이다. 이 사장은 “올해 말 국내시장에 진출하는 스웨덴의 이케아는 조립식(DIY) 가구를 판매하는 저렴한 개인용 브랜드이기 때문에 공간 솔루션을 제시하고 사후관리도 철저히 해주는 국내 사무가구 시장에서는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퍼시스의 생활 가구(B2C) 브랜드 일룸은 고기능, 고품질의 가구이고 시디즈는 이미 국내 의자판매 1위 브랜드이기 때문에 이케아와 차별화된 제품으로 더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퍼시스가 주력하고 있는 오피스컨설턴트(OC)에 대해 이 사장은 “지난 30년 동안 공생해온 대리점주와의 관계는 굳건히 이어가면서 좀 더 진화된 형태의 대리점주인 OC를 통해 앞으로도 ‘공간을 컨설팅해주는 전문가 브랜드’라는 인식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창업 때부터 ‘바르고 좋은 회사를 만들어보자’는 이념을 실천해왔기 때문에 좋은 제품과 최선의 서비스로 고객에게 최고의 만족을 주고, 주주에게는 정직한 기업활동으로 창출된 이익을 돌려줘 장기적 수익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며 “직원에겐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안정적인 삶의 터전으로, 사회와 국가의 일원으로서는 그 책임과 의무를 다하면서 앞으로도 국내 가구산업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