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산탄젤로 성 앞에선 자전거 여행가 차백성 씨.  /들메나무 제공
로마의 산탄젤로 성 앞에선 자전거 여행가 차백성 씨. /들메나무 제공
대기업에 입사해 남들이 부러워하는 임원이 됐지만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와 세계를 달리는 자전거 여행자로 변신한 사람이 있다. 1세대 자전거 라이더로 불리는 차백성 씨(63)다. 1976년 대우건설 공채 1기로 입사해 24년 동안 일한 차씨는 2000년 12월 상무이사를 끝으로 회사를 떠났다. 어릴 때부터 세계 여행을 꿈꿨던 그는 세계의 역사와 문화를 접하는 수단으로 자전거를 택했다. 북미 대륙과 일본 자전거 여행기를 썼던 차씨가 이번엔 유럽 일주기《유럽로드》를 내놓았다.

《유럽로드》엔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 프랑스, 스위스, 아일랜드, 네덜란드, 독일 등 유럽 8개국 여행기가 담겨 있다. 자전거 여행이라고 해서 단순히 자전거로 주요 도시를 스치듯 지나지 않는다. 그는 “여행을 떠나기 6개월 전부터 여행지 공부를 한다”며 “역사와 문화를 알기 위해 책, 음악, 영화를 섭렵한다”고 말했다.

[책마을] 쳇바퀴 도는 인생 지겹다면 자전거 바퀴 굴리며 떠나자
철저한 준비는 아는 만큼 보이게 한다. 여행 시작지 터키에선 한국 참전관을 찾는다. 6·25전쟁 당시 백병전에 능해 중공군이 가장 두려워한 터키군의 흔적을 확인한 그는 이곳이 ‘형제의 나라’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프랑스의 문화 도시 아비뇽에선 ‘직지심체요절’이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이었다는 것을 밝히고 외규장각 의궤가 고국 땅을 밟도록 힘쓴 고(故) 박병선 박사(1929~2011)의 문화혼을 되새긴다. 네덜란드를 지나면서 그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헤이그에서 목숨을 바친 이준 열사의 삶을 되새기며 세계에 남아 있는 우리 역사를 되돌아본다.

1세대 라이더이자 여행 작가로 인생 2막을 사는 그는 젊은 세대일수록 외국에서 많은 경험을 쌓길 당부했다. 그는 “요새 젊은 사람들은 여행지에서 경치 감상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에 가면 배울 점이 많다”며 “좁은 나라에서 살 길은 밖에서 먹을거리를 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보도 있고 자동차 여행도 있지만 여행하며 체력을 기를 수 있는 수단은 자전거가 유일하다는 게 그의 지론. “상당히 힘들 것 같지만 계속 타다 보면 점점 체력이 늘어 전혀 무리가 가지 않는다”는 그의 자전거 예찬론을 들으면 두 바퀴 위에 몸을 싣고 세계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