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전도사 박재갑 석좌교수 "담배, 마리화나보다 중독성 강해…마약·대마초처럼 국가 관리해야"
“호주는 정부 차원에서 2020년까지 ‘국민 흡연율 0% 만들기’ 캠페인을 벌이고, 뉴질랜드 일부 주에서도 흡연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세계적으로 금연 열풍이 대세인 거죠. 우리도 정부와 민간이 함께 국민적 캠페인에 나서야 합니다.”

‘금연 전도사’로 널리 알려진 박재갑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 석좌교수(66·사진)는 담배나 흡연 얘기를 꺼낼 땐 늘 목소리가 높아진다. 그래서 ‘과격한 금연주의자’로 불린다. 그런 그가 올해도 31일 ‘금연의 날’을 앞두고 담배 제조·판매 금지를 위한 담배사업법 위헌 투쟁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박 교수는 폐암 환자, 임신부, 미성년자 등과 함께 2012년 담배사업법 위헌 헌법소원을 냈다. 박 교수는 “담배도 마약·대마초처럼 국가에서 관리하는 담배관리법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에서 심리를 진행 중인데, 이르면 연내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담배 유해성 관련 소송은 그간 국내외에 많이 있었지만 헌법소원은 해외에서도 전례가 없어 국내는 물론 세계보건기구(WHO)도 주목하고 있다.

박 교수는 “헌법소원을 낸 폐암환자 2명 중 한 명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담배사업법에 대한 위헌 여부 판단이 하루빨리 이뤄지지 않으면 담배로 인한 비극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 서울대 의대에서 정년퇴임한 박 교수는 한국담배제조·매매금지추진운동본부 대표를 맡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박 교수는 의료인으로서 자신의 삶을 ‘금연운동’과 ‘운출생운(운동화 신고 출근하는 생활 속 운동)’ 두 가지로 요약했다. 특히 박 교수 앞에서 담배 얘기를 꺼내면 아예 진절머리가 난다고 할 정도다. “2000년 국립암센터 원장을 맡고 나서 암에 걸리는 원인을 조사해보니 결국 감염과 흡연이라는 결론이 나오더군요. 특히 암 발병 원인의 20%, 사망 원인의 30%가 담배에 있는데 너 나 할 것 없이 이걸 피워대고 있으니 기가 막힌 거죠. 독극물을 피우고 있다는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었어요.”

WHO도 담배를 마리화나보다 중독성이 더 강한 독극물로 분류하고 있다.

그는 요즘도 2주에 세 차례 금연과 암 예방 강연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23일부터는 1주일간 소아암 환우돕기 부산~국립암센터 자전거 국토종주를 하고 있다. 그는 과거 국립암센터 원장 시절 병원 내 전 지역 흡연 금지를 이끌어냈고, TV에서 흡연장면을 퇴출시키는 데 일조했다.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현재 1000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국내 흡연자를 50만명 이하로 줄이는 캠페인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