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 발생 때 정수장에서는 오존과 염소를 이용한다. 하지만 녹조가 죽으면서 독성물질을 배출하고 비린내가 나는 부작용도 생긴다. 최근 녹조대응사업단을 맡은 이상협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물자원순환연구단 책임연구원은 녹조를 분리해 처리하는 새로운 처리법 개발에 나섰다. 녹조 세포를 살리면서도 분리할 수 있는 산화제를 개발하고 있다.
유전자 관리로 무병장수·초미세먼지 차단…삶의 질이 바뀐다
정부가 최근 새롭게 지원하기 시작한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 현장의 모습이다. 녹조, 미세먼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개 분야에 3년간 17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처럼 정부가 연구개발(R&D) 지원 방향을 정하는 데 필요한 국가 과학기술 지도가 나왔다. 국가과학기술심의회는 지난 23일 향후 10년간 필요한 5대 분야 30개 기술 육성 전략을 담은 ‘국가중점과학기술 전략로드맵’을 확정했다. R&D 분야 10년 비전을 담은 ‘과학기술 10년대계(科技之十年大計)’ 청사진이 완성됐다는 평가다.

○사회문제 해결에 초점

이동률 차병원 줄기세포연구소 교수팀은 이달 중순 세계 최초로 성인 체세포를 이용해 체세포복제줄기세포를 만들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미국 연구팀이 태아, 신생아 세포로 체세포복제 줄기세포주를 만들기는 했다. 하지만 환자 치료에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성인 세포로 성공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안전성 검사, 임상 시험 등 실제 적용까지 남은 과정이 많지만 줄기세포를 이용한 환자 맞춤형 치료에 한 발 다가섰다는 게 과학계의 평가다.

이번에 확정한 과학기술 전략로드맵에는 줄기세포 치료처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기술이 대거 선정됐다. 전체 30개 중 15개 기술이 이 분야에 속한다.

최문정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미래예측본부장은 “고령화, 지구온난화, 환경오염, 재난·재해 등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과학기술 전략로드맵은 범부처가 상호 협력해 사회문제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전자 관리로 무병장수·초미세먼지 차단…삶의 질이 바뀐다
○법제도 개선 등 종합 전략 수립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최근 1㎞ 이상 떨어진 곳까지 통신이 가능한 사물인터넷(IoT)용 무선통신 칩세트를 국산화했다. 전기, 수도, 가스 등을 원격 검침하고 대형 교량의 균열 감지, 주차 안전시스템 등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내년 이후 상용화를 기대하고 있다.

과학기술 전략로드맵에는 새로운 먹거리가 될 미래 기술이 또 다른 축을 이루고 있다. 정보보호, 빅데이터, 실감형 콘텐츠, 스마트 자동차, 바이오 에너지, 서비스 로봇, 미래형 항공기 등 15개 기술이 선정됐다.

과학기술 로드맵은 기술 확보 전략뿐만 아니라 사업화, 법제도 개선 등 기술 발전 전 주기를 포괄하는 전략을 담고 있다. 로드맵 수립추진단장을 맡은 민경찬 연세대 수학과 교수는 “기술 개발, 사업화, 법제도 지원 등 기술 생태계 관점에서 범부처가 함께 노력해야 할 내용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추진단은 지난해 7월 첫 출범해 9개월간 200여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워크숍, 공청회 등을 거쳐 전략로드맵을 완성했다. 이 과정에서 모은 데이터들은 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13대 미래성장동력 선정에도 활용됐다.

박항식 미래창조과학부 창조경제조정관은 “전략로드맵은 13대 미래성장동력 선정 때 활용됐고 향후 세부추진방안을 마련할 때도 연계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로드맵은 향후 10년간 정부의 R&D 투자 방향을 설정하고 예산을 배분·조정하는 기초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한 해 정부 R&D 규모는 18조원에 육박한다. 10년간 200조원에 달할 예산을 운영하는 지표가 되는 셈이다. 박 조정관은 “전략로드맵은 R&D 관련 부처와 전문가들이 협력해 10년간 과학기술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며 “앞으로 투자 중복을 막고 R&D 사업 간 연계를 강화시키는 등 범부처 협력을 확대하는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개인항공기

PAV·personal air vehicle. 무인기 기술을 발전시켜 비행기를 개인의 교통 수단으로 발전시킨 개념이다. 현재 미국 테라퓨지아사는 자동차 겸용 항공기 ‘트랜지션’을 팔고 있다. 앞으로는 수직 이착륙 기술을 이용해 집 차고에서도 바로 하늘로 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