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현장과 상아탑의 괴리를 메우고 싶은 예일대 경영대학원(MBA) 교수와, 비즈니스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고 생각하는 제자는 주방에서 차를 우려내 보온병 5개에 담은 시제품을 들고 유기농 슈퍼마켓을 찾아간다. 창업 15년 만인 지난해 매출 1억달러를 넘어선 미국 유기농·공정무역 음료회사 ‘어니스트 티’의 시작이었다.

[책마을] 착한 기업의 조언 "가장 중요한 건 유통"
《어니스트 티의 기적》은 미국에서 스내플 타조 등과 함께 큰 성공을 거둔 음료 브랜드이자 공정무역 거래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착한 기업으로 이름난 ‘어니스트 티’의 창업 성공기를 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태인 ‘그래픽 노블’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공동 창업자인 세스 골드먼과 배리 네일버프가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를 뉴욕에서 활동하는 그래픽 노블 작가 최성윤이 한 편의 영화처럼 재미있게 그려냈다.

‘달지 않고 진짜 차 맛이 나는 좋은 음료’라는 아이디어만 가지고 어느 분야보다 경쟁이 치열한 음료 시장에 뛰어든 두 창업자가 실제 비즈니스 현장과 부닥치며 겪는 수많은 시련이 묘사된다. MBA 현직 교수와 졸업생답게 경영학 이론이 시장에 어떻게 적용되는지와 회사의 성장 단계에서 얻었던 교훈도 짚어준다. 저자들은 혁신적 기업가의 이상과 열정을 강조하기보다는 “유일한 문제는 매출”이라든가 “첫째도 유통, 둘째도 유통, 셋째도 유통”이라는 등 현실적인 조언을 해준다.

성공기를 다룬 책에서 저지르기 쉬운 자화자찬이나, 사실을 과장하고 미화한 부분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예비 창업자나 기업가들이 도움을 얻기를 바라는 정직한 마음이 엿보인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