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전경. / 한경 DB
이화여대 전경. / 한경 DB
[ 김봉구 기자 ] 1886년 이화학당 설립 후 줄곧 ‘금남(禁男)의 영역’이었던 이화여대 총장직을 이번에도 여성이 맡게 됐다. 이화여대는 총장 선출을 앞두고 여성으로 한정했던 총장후보 자격규정을 풀어 세간의 관심을 모았지만 남성 후보가 한 명도 출마하지 않았다.

7일 이화여대 총장후보추천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4일 제15대 총장 입후보자 등록 마감 결과 △박동숙 교수(언론홍보영상학전공) △양옥경 교수(사회복지학전공) △전길자 교수(화학·나노과학전공) △최경희 교수(과학교육과) 등 4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입후보자는 모두 학내 여교수다. 이화여대는 지난해 12월 이사회를 열어 남성도 총장이 될 수 있도록 자격규정을 개정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남성 입후보자는 없었다. 따라서 이화여대 최초의 남성 총장이 탄생할 수 있을지도 4년 후 제16대 총장 선출로 미뤄졌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총장 성별을 제한한 규정은 예전부터 내려오던 게 아니다. 지난번 총장 선출 시기에 규정을 신설했다가 적절치 않은 조항이란 학내 의견을 수렴해 바꿨을 뿐”이라며 “이전에도 성별 제한은 없었지만 ‘대표 여대’의 상징성 때문에 여성 총장 전통이 이어진 만큼, 규정이 풀렸다 해서 곧바로 남성 총장이 나오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화여대 총장후보추천위원회(총추위)는 입후보자 자격심사를 통해 16일 예비후보자를 선정한다. 오는 23일 예비후보자들의 소견발표와 총추위 투표를 거쳐 최종후보 3명을 이사회에 추천한다. 이어 24일 열리는 법인 이사회에서 차기 총장이 선임된다.

총추위는 교수 23명, 이사회 추천 7명, 직원 대표 3명, 동문 대표 2명(전·현직 동문회장 각 1명) 등 모두 35명으로 구성됐다.

한편 서울의 4년제 여대들은 총장 성별에 대한 별도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덕성여대(홍승용 총장)와 동덕여대(김영래 총장)는 현직 총장이 남성이다. 숙명여대·성신여대도 남성 총장이 역임한 사례가 있다. 서울여대의 경우 성별 관련 규정은 없지만 그동안 여성 총장만 배출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