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특허 늘었지만…사업화 고작 4.9%
바이오산업은 세계적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유망 분야다. 스위스 바이오 시장 분석기관인 ‘데이터 모니터’에 따르면 바이오산업 세계시장 규모는 2012년 1조1810억달러였고, 2015년까지 연평균 9.6% 늘어나면서 1조572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국내 바이오산업은 아직까지도 질적인 발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내 바이오산업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흑자를 내는 기업이 많지 않고, 세계 시장에 내놓을 만한 제품도 드물다.

◆기술이전으로 바이오 제품 탄생

바이오 제품은 창의적인 사고와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 모험적인 투자를 하는 벤처기업과 대기업이 손잡고 만들어낸 제품이 많다.

예컨대 다국적 제약사인 로슈는 미국 바이오기업 길리어드가 개발한 신종플루 백신 ‘타미플루’ 기술을 이전받았다. 길리어드는 기술이전료로 400억원을 받았고, 로슈는 연간 9000억원을 타미플루 매출로 거둬들이고 있다.

미국 바이오업체 밀레니엄이 만든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 ‘벨케이드’ 특허기술과 판권은 다국적 제약사 존슨앤드존슨이 5000억원에 넘겨받았다. 존슨앤드존슨은 이 제품으로 연간 매출 1조원을 거두고 있다.

◆국내기업은 절반도 수익 못내

국내 바이오산업은 매출 규모 면에선 2011년 6조6000억원으로 2010년보다 13% 증가했다. 성장률도 2007년 이후 5년 동안 연평균 15.5%를 기록했다.

하지만 국내 바이오기업들은 경영실적이 좋지 않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의약 벤처기업 가운데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 절반을 넘는다. 국내 전체 바이오기업 921개 가운데 2011년 기준으로 매출이 발생하지 않은 기업은 244개(26.4%)였다. 매출이 발생했지만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한 곳은 284개(30.8%)였다.

바이오 제품이나 신약 개발은 성과를 내기까지 길게는 10년 이상 걸린다. 바이오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기술이전이 활발하지 못하면 후속 연구개발을 진행하기가 어렵다. 대전에 있는 한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주력 연구사업과 관련이 없는 건강보조식품이나 화장품 등을 만들어 매출을 올리면서 연구개발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시장조성 지원 필요

바이오 산업을 키우려면 등록된 바이오특허를 이전받을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게 바이오 벤처기업인들의 얘기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정부 주도로 국내 출원한 바이오특허 1만923건 중 사업화로 기술 이전된 것은 540건으로 전체의 4.9%에 불과하다.

이 같은 상황은 바이오 업체들이 기술이전에 대한 경험이 상당수 부족하기 때문. 2012년 특허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술이전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전체 벤처기업의 60%가 경험이 없거나 수요·공급처간 연결매개체가 부족한 점을 꼽았다. 한 바이오기업 관계자는 “바이오기술을 팔고싶어도 평가기관이 없어 기술료 산정이 어렵다”고 말했다.

최수진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바이오PD는 “바이오 산업은 투자회수 기간이 길어 개별 기업이 떠맡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공격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바이오 산업

bioindustry. 생물체의 기능이나 정보를 활용해 상업적으로 유용한 물질을 생산하는 기술 및 지식기반 고부가가치 산업. 의약품을 개발·생산하는 의약 바이오, 바이오매스(식물체)를 원료로 화학제품을 만드는 산업 바이오, 정보기술(IT)과 융합해 유전체를 분석하고 다양한 질환 예측을 돕는 융합 바이오 등이 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