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층 지갑 열었다…명품 매출 '후끈'
지난 11월 이후 백화점의 명품 매출과 백화점 VIP 고객의 소비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증가하는 등 고소득층 소비가 크게 늘고 있다. 부유층이 상대적으로 많이 사는 서울 강남 지역 백화점 매출도 큰 폭의 증가세다. 업계에선 경기가 바닥을 친 것 아니냐는 반응과 추운 날씨와 세일에 편승한 일시적 회복이란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롯데百, VIP 매출 10%대 증가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명품 매출이 작년 같은 달보다 13.0% 증가했다고 19일 밝혔다. 롯데백화점의 명품 매출 증가율은 올 7월 3.5%, 8월 7.2% 등 한 자릿수에 머물다 9월 12.2%로 뛰어올랐다. 이후 10월 6.4%로 주춤했지만 지난달 증가 폭이 다시 커졌다. 이달 들어선 지난 18일까지 8.9% 늘었다. 롯데백화점은 크리스마스 등 성수기를 앞두고 있어 명품 매출 증가율이 월말에는 10%대로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고소득층의 소비 회복세는 백화점 VIP 매출에서도 나타난다.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연간 1800만원어치 이상 구매하는 MVG(Most Valuable Guest) 고객의 지난달 구매금액은 작년 같은 달보다 12.6% 늘었다. 9월과 10월 각각 11.3% 늘어난 데 이어 두 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등 고소득층이 많이 이용하는 강남권 백화점도 탄력을 받고 있다. 갤러리아 명품관의 올 7~11월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 백화점 전체 매출이 3% 늘어난 데 비해 명품관의 매출 증가 폭이 컸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리뉴얼을 마친 8월 이후 매출이 30% 이상 늘었다.

문성근 갤러리아 명품관 영업기획팀장은 “고소득층 고객이 가을부터 지갑을 열기 시작해 지출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며 “소비 회복의 불씨를 이어가기 위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격 소비회복 신호 기대

고소득층 소비 증가는 흔히 경기회복 신호로 해석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윤중 롯데백화점 본점 영업총괄팀장은 “최근 경기지표가 개선되고 있어 소비 회복세가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소비 회복세로 보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고소득층 소비 증가에는 일시적인 요인도 작용했다는 점에서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명품 업체들이 지난달 하순부터 이월상품 할인 행사에 돌입했다”며 “날씨가 추워져 방한 의류 수요가 늘어난 것도 고소득층 소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VIP 고객층의 소비가 10% 이상 늘어나고 있지만 백화점 전체 매출 증가율은 5% 안팎에 머물고 있다. 이달 들어 18일까지 롯데백화점 전체 매출은 기존점 기준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5% 늘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의 매출 증가율은 3.6%에 그쳤다.

홍성수 NH농협증권 애널리스트는 “백화점 매출 증가율이 월별로 큰 편차를 보이고 있어 본격적인 소비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최근의 회복 조짐이 2~3개월 이상 유지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