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더 늘리지 않기로 했다. 감축 목표의 기준이 되는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치’를 당초 예상과 달리 상향 조정하지 않고 기존 수치를 유지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철강, 정유, 발전 등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산업계가 추가 부담을 덜게 됐다.

2020년 온실가스 감축량 안 늘린다

○2020년 전망치 유지

8일 국무조정실과 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치’ 재산정 작업을 끝내고 기존 전망치인 8억1300만t를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 수치를 기준으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마련해 이달 말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로드맵에는 산업, 가정, 건물, 수송 등 각 부문별로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달성 방법이 담긴다.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치는 국가에너지 기본계획,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 등 정부의 주요 에너지, 환경 정책의 기준이 된다. 전망치에 따라 발전소 건설 여부와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량이 정해진다.

정부는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 기후회의에서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치의 30%를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을 2020년 배출량 전망치인 8억1300만t의 30%인 2억4390만t로 산정했다.

○온실가스 급증 … 목표 달성 비상

문제는 올해 초 발표된 201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6억6900만t로 전년 대비 9.8%나 급증하면서 정부가 제시한 2020년 감축 목표량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한 것. 실제 2010년 배출량 증가율은 17년 만에 최대폭이었다. 직전 4년간 전년 동기 대비 배출량 증가율이 3% 미만에 그친 것과 비교해도 증가폭이 예상을 크게 웃돌았다.

환경부는 이에 따라 2020년 배출 전망치를 기준으로 한 감축 목표의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전면 재검토에 착수했다. 다만 국제사회에 약속한 ‘감축 목표 비율 30%’는 유지하기로 했다.

이 경우 전망치가 늘어나는 정도에 비례해 감축량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산업계가 전망치 상향 조정에 강하게 반대해 온 이유다.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면 에너지 효율이 높은 새로운 설비를 도입하거나 시장에서 배출권을 사야 한다. 시민단체 역시 반발했다. 정부가 전체 배출 량 증가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또 다른 이유에서였다.

○2020년 이후 감축 방안 마련

지난 5월부터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치를 재산정해온 정부는 결국 기존 수치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재산정 결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당초 예상보다 2009년에는 줄고 2010년에는 늘어나는 등 변화가 있었지만 전체 흐름으로 봤을때 2020년 전망치는 기존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재산정 논의 과정에서 국제사회에 제시한 수치를 바꾸면 신뢰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 것도 기존 안을 고수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정부는 2020년까지는 기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유지하는 대신 이르면 내년에 2020~2030년 감축 방안을 마련해 국제사회에 발표할 계획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