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협력' 숙박업소 대실료까지 얹어 바가지요금 '물의'
일부 선수단 숙박비 아끼려 2인실에 4명 재우기도


인천에서 개최 중인 제94회 전국체육대회가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숙박업소와 선수단이 숙박 요금을 놓고 마찰을 빚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숙박업소는 선수들이 온종일 짐을 놔둔다는 이유로 기존 비용에 대실료까지 얹어 배 가량 비싼 '바가지요금'을 받는 등 대회기간 곳곳에서 요금 시비가 일고 있다.

일부 선수단은 모텔 숙박비용이 너무 비싸자 하루 만에 다른 모텔로 옮긴 일도 있었다.

이번 전국체전에 참가한 3만여 명의 17개 시·도 선수와 임원은 현재 인천 시내 호텔과 모텔 등지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일부는 인천과 비교적 가까운 경기도의 숙박 업소에 짐을 풀었다.

인천시는 지난 3월 전국체전을 앞두고 시내 숙박업소 1천306곳 가운데 506곳과 대회 협력 숙박업소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에 따라 시는 대회가 끝나면 8억원의 예산으로 객실 하나 당 1만원의 보조금을 협력 업소에 지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시의 보조금 지급에도 숙박업소와 선수단의 숙박요금 시비는 끊이질 않고 있다.

많은 협력 숙박업소가 대회기간 체전 선수단에 배 가량 비싼 바가지요금을 받고 있다.

인천시 연수구에 있는 한 모텔 직원은 "현재 평일 2인실 숙박비는 3만∼4만원이지만 체전 선수단에는 7만∼8만원을 받고 있다"며 "온종일 짐을 놔두기 때문에 낮에 영업할 수 없어 대실료까지 추가로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시의 한 관계자는 23일 "모텔업주와 싸우고서 시흥이나 안산에 있는 모텔로 옮긴 선수단도 몇 팀 있다"며 "숙박업소와 선수단이 숙박 요금 때문에 다툰다는 신고가 저녁에 계속 들어와 잠도 못 잘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인천의 도시 이미지도 있으니 최대한 친절하게 응대해 달라고 협력 업소에 여러 차례 공문을 보냈지만 잘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모텔 업주들은 시·도 선수단이 숙박비용을 아끼려고 수용인원보다 많은 선수를 작은 방에 재운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중구의 한 모텔 업주는 "체격이 작은 고등학교 선수들을 2인실에 4명씩 재우기도 한다"며 "추가된 인원 한 명당 1만원씩을 더 받으려다 싸움이 났다"고 말했다.

숙박 요금 시비가 잇따르자 시는 각 군·구 보건위생과 직원을 동원해 지난 21일 숙박요금 전수 조사에 나섰다.

바가지요금 등 위법행위가 적발된 업소에 대해서는 인터넷에 업소명을 공개하는 등의 조치를 할 방침이다.

그러나 공중위생법상 숙박비 제한 규정이 없어 바가지요금을 제재하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시 관계자는 "각 시·도체육회는 최대한 싼 곳을 잡아달라고 하는데 시가 가격 조율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며 "실제로 바가지요금을 받는 업소가 단속돼도 과태료 등의 제재 수단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