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둘째날인 6일에도 ‘선도발언(lead speech)’으로 토론 방향을 이끌어갔다. 이날 의제는 ‘일자리 창출과 포용적 성장’으로 주최국이자 의장국인 러시아가 주도해 채택된 것이다.

박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기조연설에 이어 곧바로 바통을 이어받아 기조발제를 겸한 선도발언을 했다. 이날 선도발언은 푸틴 대통령이 직접 박 대통령에게 요청해 이뤄진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을 주요 국정지표로 내세운 것을 알고 특별히 부탁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높은 실업률에 대한 과거 대응방식이 주로 재정을 푸는 거시정책과 단기 일자리 공급 위주로 진행돼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두 가지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해 참석한 정상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박 대통령이 제시한 첫 번째 해법은 ‘창조경제’다. 박 대통령은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예로 들며 “강남스타일은 유튜브라는 새로운 매체와 결합돼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 창조경제의 좋은 사례”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창조경제는 개천에서 용이 나지 못하게 하는 제도적 장벽을 해소하고 경제 주체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지름길”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두 번째 해법으로 ‘원칙이 바로선 시장경제’를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과 불공정한 거래관행,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 등이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강조한 두 가지 원칙은 정상들이 채택한 공동 선언문은 물론 부속서인 ‘G20 5주년 비전 선언문’에 그대로 채택됐다.

상트페테르부르크=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