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협력업체 "추석 앞두고 도산 우려"
“노조 파업으로 자동차 생산라인이 멈춰서고, 하청업체는 일감 부족으로 고통을 받는 악순환을 언제까지 반복해야 하는지…. 이젠 ‘파’자만 들어도 진절머리가 납니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이틀간 부분파업 돌입’을 결정한 19일 오후. 울산 북구 중산 자동차 부품단지 내 엔진부품 업체인 M기업 김모 회장(53)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김 회장은 “중소부품사들 입장에선 납품받는 현대차보다 연례행사하듯 파업하는 노조가 더 무섭다”며 “주말특근 거부의 충격에서 벗어날 만하니까 또 파업한다”고 비난했다.

◆27년간 23차례 파업

현대차노조는 이날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20, 21일 울산 아산 전주 등 모든 공장에서 1조(오후 1시30분~3시30분), 2조(오후 5시30분~7시30분) 각 2시간 총 8시간 부분파업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강경 성향의 문용문 집행부가 들어선 이후 두 번째 파업이다.

노조는 당초 파업 일정을 20~22일 3일로 잡았다가 조합원 반발로 이처럼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측은 “중앙노동위원회의 추가 협의(조정연기) 권고를 노조가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안을 통해 △정년 61세 연장 △기본급 13만498원 인상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800% 지급 △퇴직금 누진제 △대학 미진학 자녀에게 기술취득 지원금 100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 측은 “성과급을 제외한 임금 인상과 퇴직금 누진제, 정년 연장 등 신규 요구만 따져도 7000만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의 임단협안 75개 조항 180개 항목을 노사가 함께 한번 읽어본 정도인데, 일괄 타결안을 내놓으라는 것은 파업 수순밟기에 불과하다”며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노조 측은 “사측이 조합원의 고용과 복지 요구에 대해 기존 단협보다 후퇴한 안을 제시하고 타결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진실된 대화 의지를 보여라”고 맞섰다.

노조는 22일 사측과 18차 본교섭을 갖고 2차 쟁대위도 개최할 계획이다. 회사 측 제시안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투쟁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여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반발하는 울산시민·협력업체


울산지역 현대차 중소협력업체들은 추석 대목을 앞두고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반발했다. 북구 효문동의 한 부품업체 사장은 “파업 강도를 높이면 추석 전 도산하는 업체도 생겨날 것”이라고 걱정했다.

협력업체들은 파업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노조는 지난해 28일간 파업을 벌여 회사 측에 차량 8만2000여대, 1조7000억원의 손실을 입혔다. 노조 설립 이래 임금 협상으로 초강경 파업에 나선 첫 사례로 꼽힌다.

울산에는 500여개의 협력업체에 4만여명이 일하고 있다. 가족까지 포함하면 현대차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원은 15만여명으로 추산된다. 현대차 인근 매곡 부품공장에서 일하는 김광수 씨(42)는 “협력업체 근로자는 열심히 일해도 연봉 5000만원 이상을 받기 힘들다”며 “업계 최고 연봉을 받으면서 심야근무도 안 하고 1억원을 더 받겠다니 이해하기 힘들다”고 반발했다.

울산상공회의소와 14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행복도시만들기울산협의회(행울협)는 조만간 노조를 방문, 파업 중단을 촉구하기로 했다. 김철 울산상의 회장(행울협 공동위원장)은 “노조 파업으로 현대차가 생산차질 물량을 불가피하게 해외로 돌리면 협력업체 줄도산이 우려된다”며 “파국을 막는 길은 노조의 파업 자제뿐”이라고 지적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