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술장인 우대 없이 창조경제 어렵다
지난달 초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개최된 제42회 국제기능올림픽에서 한국이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기술대국 53개국이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직업기술을 열심히 연마한 한국 선수들은 눈부신 실력을 발휘하며 2회 연속 종합우승했다. 금메달을 목에 건 마이스터고 출신 선수 세 명의 활약이 컸다.

1960년대에 박정희 정부는 전통적 농업국가에서 공업국가로 전환해 한강의 기적을 일구는 과정에서 경제개발 5개년계획 추진을 뒷받침할 기능인력과 기술인력 양성을 위해 직업교육훈련 정책을 펼쳤다. 그 당시에도 국제기능올림픽 등에서 한국의 우수한 기능·기술 보유자들은 챔피언십을 따내는 등 기술강국의 면모를 전 세계에 과시했고, 산업 수요에 맞는 역군들이 양성돼 한국 직업교육훈련은 좋은 성과를 보였다.

2009년에 우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회의(DAC)에 가입했고,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국제적 위상이 전환된 유일한 나라로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제 우리는 저소득 국가들을 대상으로 우리의 성공적 발전 모델과 경험을 전파해야 할 입장이 됐다. 개발도상국들은 원조 선진국보다는 최빈국에서 40년 만에 선진국 반열에 든 한국의 발전 모델을 배우고 싶어 한다. 한국은 직업기술교육 해외원조사업을 확대해 이들 개발도상국과 상생발전 및 우호적 관계를 돈독히 하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가교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직업기술교육은 새마을운동과 더불어 글로벌사회에서 한국이 가진 또 하나의 비교우위다. 원조 수혜국이 원하는 직업교육훈련을 중점사업에 포함시켜 한국의 인적자원개발 성공담을 나눠줘야 할 것이다.

국제기능올림픽에서 한국이 우승한 것은 한국인이 기술과 기능 면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유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우승이 한국 직업교육제도의 본질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기보다 참여기업과 지도자의 헌신과 열정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돌이켜봐야 한다. 선수들만의 기술과 기능이 아닌, 저변이 튼튼한 직업기술교육 정책과 제도를 발전시켜 우리 기술자와 기능인들이 강소기업을 탄생시키고 제조업을 강하게 발전시키는 동력이 돼야 할 것이다. 또 강소기업들은 전문기술인 양성에 기여함으로써 산업발전을 꾀해야 할 것이다. 이런 선순환고리가 형성되도록 노동시장의 인프라를 갖춰 나가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와 능력중심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국가정책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창조경제 시대를 이끌어 갈 주역을 육성하기 위해 교육 그 자체가 ‘넓은 의미의 직업교육’으로 발전해야 한다. 노동시장에서 기능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대우도 높아져야 할 것이다. 독일이나 스위스에서는 대학교육을 받지 않았으나 전문적 기술을 보유한 장인(마이스터)들이 사회적으로 높은 대우를 받는다. 이렇게 직업교육훈련 시스템이 잘 갖춰진 나라들은 대기업과 강소기업 모두 직업교육에 적극 참여하고 직업교육훈련기관들과의 산학협력 활동을 이끌고 있다.

국제기능올림픽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한국인의 재능을 경제발전과 연결시키기 위해 마이스터고 및 특성화고와 전문대만이 아니라 4년제 대학도 노동시장과 연계된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개발해 교육훈련, 자격, 직무를 연계할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간다면 기업체에서 졸업생에 대한 만족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고용률 70% 달성도 기업체와 연계된 실무적인 교육발전 노력으로 한걸음씩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정부는 창조경제의 핵심 산업인력을 연간 15만명 양성하겠다는 내용의 특성화 전문대학 100개교 육성정책을 발표했다. 마이스터고 정책처럼 특성화 전문대학 육성정책도 성공적으로 추진되도록 정부와 유관 연구기관이 적극적으로 끌어주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국제기능올림픽을 기술을 겨루는 행사로만 참여할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적합한 직업교육훈련 시스템을 찾는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기능인이 자부심을 갖고 산업현장을 지키며 행복한 삶을 누리는 사회가 진정한 기술강국이 아니겠는가.

정지선 <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글로벌협력센터장 >